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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차이도 취향 차이도 춤이 되면 함께 출 수 있다, 『할머니의 아이돌』(이송현, 다산어린이)
취향은 나이와 상관 없다
출판사 제공
열세 살 다정은 한국 무용을 한다. 반듯한 동작, 반듯한 생활, 반듯한 마음가짐. 방학도 연습과 루틴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10년 만에 한국에 온 ‘하와이 할머니’가 그 질서를 흔든다. 할머니의 목표는 분명하다. 최애 아이돌 ‘스윗보이즈’ 콘서트에 가는 것. 문제는 다정에게 그 목표가 ‘남의 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할머니의 일정이 곧 다정의 일정이 되고, 다정은 원치 않던 동행자로 끌려 들어간다.
다정이와 할머니는 딱 봐도 부딪힐 수밖에 없는 조합이다. 다정은 유행에 시큰둥하고, 탄산음료도 멀리하며, “진짜 춤”을 진지하게 고민한다. 반면 할머니는 최신 문화를 온몸으로 즐기는 사람이다. 케이팝을 따라 듣고, 줄 서서 티켓을 사고, 좋아하는 것 앞에서 숨기지 않는다. 다정이 보기엔 너무 가볍고, 할머니 눈엔 다정이 너무 딱딱하다. 이 책은 그 간극을 억지 화해로 덮지 않고, 둘이 계속 어긋나면서도 조금씩 서로의 방식에 익숙해지는 과정으로 밀고 간다.
이야기의 중심 장면은 할머니의 제안에서 만들어진다. “정다정아, 나랑 같이 아이돌 댄스 배워 볼래?” 다정은 단번에 거절한다. 한국 무용만이 예술이고, 아이돌 춤은 흉내에 가깝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할머니는 다정의 자존심을 꺾으려 들지 않는다. 대신 “예술도 편식하면 안 된다”는 식으로 방향을 바꿔 말한다. 다정이 싫어하는 걸 억지로 시키는 게 아니라, 다정이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그래서 이 책의 재미는 ‘누가 맞느냐’가 아니라 ‘왜 그렇게 믿게 되었느냐’로 옮겨 간다.
『할머니의 아이돌』이 주는 웃음은 가볍게 터지지만, 뒤에 남는 건 생각보다 묵직하다. 할머니는 아이돌 팬이라는 설정을 넘어, 문화를 즐기는 태도 자체를 보여 주는 인물이다. 다정은 전통을 지키는 아이로만 남지 않고, 낯선 경험을 통과하면서 자신의 꿈을 다시 정리하게 된다. 취향이 다르다는 사실이 관계를 깨뜨리는 이유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걸 동화의 호흡으로 설득한다.
다정의 여름은 결국 “할머니 때문에 망한 방학”으로 끝나지 않는다. 싫다고 밀어낸 세계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직접 보고, 그 과정에서 자기 중심이 더 또렷해지는 방학으로 바뀐다. 좋아하는 것을 지키는 방법이 꼭 담을 쌓는 일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다정은 몸으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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