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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한 마리가 역사를 바꿀 수 있다면, 『개는 말할 것도 없고』 합본판 출간 - (코니 윌리스, 아작)
SF 그랜드마스터의 시간 여행 코미디, 휴고상·로커스상 수상작
출판사 제공
"넌 빠져 죽으면 안 돼! 들려? 널 구하려고 온 우주를 위험에 처하게 만들었단 말이야!" 21세기 중반, 시간 여행이 가능해진 세계에서 한 남자가 19세기 템스강 한가운데서 외친다. 그가 구하려는 것은 고양이 한 마리다. 하지만 이 고양이가 2차 세계대전에서 히틀러를 승리로 이끌 수도 있다.
휴고상 11회, 네뷸러상 7회, 로커스상 12회 수상으로 명실상부한 SF 그랜드마스터가 된 코니 윌리스의 대표작 『개는 말할 것도 없고』 합본판이 아작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2018년 두 권으로 분권했던 책을 하나로 묶은 것이다. 최용준 번역가가 우리말로 옮겼다.
이 소설은 코니 윌리스의 옥스퍼드 시간 여행 연작 중 두 번째 장편이다. 1998년 발표 당시 휴고상과 로커스상을 받았고, 독일과 스페인의 SF 문학상까지 휩쓸었다. 2009년 SF 명예의 전당에 헌정되고 2011년 그랜드 마스터상을 받은 작가의 역량이 집약된 작품이다.
이야기는 돈 때문에 시작된다. 무시무시한 갑부이자 감상적인 기벽을 지닌 슈라프넬 여사가 코번트리 성당을 과거의 모습 그대로 재현하기를 원한다. 성가대원들의 옷이 리넨인지 면인지조차 정확히 확인하고 싶어 한다. 여사는 옥스퍼드 대학 역사학부에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한다. 막대한 지원금이다. 그 대가로 옥스퍼드 역사학부의 시간 여행자들은 코번트리 성당의 모든 세부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과거 여기저기로 떠나야만 한다.
주인공 네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이탄을 맞은 성당의 폐허를 뒤진다. '주교의 새 그루터기'라는 예물을 찾기 위해서다. 하지만 과로로 인해 시차 증후군에 걸린다. 시간 여행을 너무 자주 반복하면 감각에 이상이 오고,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감상적으로 변하는 병이다.
병원에서는 2주의 휴식을 명하지만 슈라프넬 여사는 기다려주는 사람이 아니다. 네드는 도망쳐서 쉬어야 한다. 그러나 여사는 그가 지구 어디에 있든지 찾아낼 것이다. 과거를 제외하면. 옥스퍼드 역사학부의 던워디 교수는 네드를 빅토리아 시대의 과거로 보낸다. 목가적이고 낭만적인 세계, 느리고 안온한 삶, 거기서 휴식을 취하고 오라는 것이다.
간단한 한 가지 임무만 완료하고 나서 말이다. 문제는 네드가 시차 증후군 때문에 그 임무가 뭔지 정확히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누구를 어디서 만나야 하는데, 도착하자마자 어느 남녀의 운명적인 만남을 방해하게 된다. 이제 역사는 뒤바뀌어 2차 세계대전에서 히틀러가 승리하는 미래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많은 일이 잘못된다. 잘못을 교정하려는 일은 더 큰 잘못으로 이어진다. 사랑에 빠진 대학생과 물고기 덕후인 역사학 교수와 얼빠진 시간 여행자와 개 한 마리는 보트를 타고 템스강을 가로지른다. 고양이가 나타나고, 배가 뒤집히고, 일군의 숙녀들과 고지식한 신사와 도스토옙스키를 읽는 집사와 강령술사가 등장한다.
이 모든 인물은 쉼 없이 시와 문학을 인용하며 라틴어로 탄성을 내지르고 말을 멈추지 않는다. 빅토리아 시대는 '투 머치'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시공간이다. 건축 양식, 실내 장식, 옷, 식기구, 격식과 예의까지. 코니 윌리스는 성탄절 풍의 소동극을 좋아하는 작가다. 빅토리아 시대는 그런 면에서 작가에게 딱 맞는 시대처럼 보인다. 손가락 하나만 잘못 놀려도 뭔가가 와르르 무너지고 뒤집히고 그걸 본 사람들은 테니슨을 인용하며 한숨을 쉬는 곳이다.
이 책은 옥스퍼드 시간 여행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다. 첫 번째는 코믹하게 시작해서 비장하게 마무리되는 단편 <화재감시원>이었다. 두 번째는 훨씬 우습고 비극적이고 귀엽고 거대한 장편 《둠즈데이북》이었다. 세 번째인 이 작품은 전작들로부터 코미디를 계승하고 비극성을 배제했다. 순도 백 퍼센트에 가까운 시간 여행 코미디다.
아무도 죽거나 복구 불가능한 상해를 입지 않는다. 특별히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고 깊은 상심에 빠질 일도 없다. 모든 일이 잘못된 것 같지만 그중 많은 것들이 제자리를 찾아간다. 마치 페이소스를 좀 덜어내고 그 자리에 미국식 성탄 특집 휴먼 드라마를 집어넣은 찰리 채플린의 코미디 같다.
인류의 역사가 걸린 시공 연속체의 모순을 추리하는 사람은 잠든 백조를 고양이로 착각하고 잘못 깨웠다가 나무 위로 도망갈 때까지 손과 다리를 물린 사람과 동일인물이다. 서구 인류의 운명을 건 시간 모순 미스터리와 빅토리아 시대 특유의 투머치 슬랩스틱 토크 시트콤은 서로를 사이좋게 방해하면서 느긋하게 나아간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 오, 그러나 어김없이 티타임은 다가온다.
로맨스도 포함되어 있다. 네드가 사랑하게 되는 동료 베리티는 혹사당한 끝에 시차 증후군에 걸려 낭만적으로 변한다. 그녀는 늦은 아침 템스강의 보트 위에 앉아 네드에게 말한다. 추리소설 피터 윔지 시리즈의 주인공인 피터 경이 청혼할 때 라틴어로 "여인이여, 마음에 드십니까?"라고 물었고, 해리엇은 "찬성"이라고 대답했다고. 베리티의 의견에 따르면 "미스터리를 풀기 전에는 청혼하면 안 돼요. 그게 추리소설의 법칙이죠."
1945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태어난 코니 윌리스는 오랫동안 교사로 일하면서 여러 잡지에 작품을 기고했다. 1982년 단편 <화재감시원>이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1992년 《둠즈데이북》으로 휴고상과 네뷸러상, 로커스상을 휩쓸었고, 2010년 《블랙아웃》과 《올클리어》로 시리즈의 모든 책이 휴고상을 수상한 최초의 작가가 되었다.
평론가 김규림은 추천사에서 "우윳빛 가시에 맺힌 이슬처럼 달콤하고, 기쁨의 전율처럼 황홀한 세계"라고 말한다. 로커스는 "코니 윌리스가 살아 있는 최고의 SF 유머 작가로서뿐만 아니라, 장르 최고의 유머 작가라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2026년 새해, 역사상 가장 낭만적이고 유쾌한 시간 여행 이야기를 만나보는 건 어떨까. 단 1그램의 슬픔도 없다. 개는 말할 것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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