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상세

newbooks

출생 후 1시간의 스킨십이 20년을 결정한다, 『터치』 신간 출간 - (마이클 배니시, 상상스퀘어)

가장 저평가된 감각, 촉각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과학적 이유

장세환2026년 1월 21일 오후 1:03
767

터치.jpg출판사 제공

우리는 매일 누군가와 악수하고, 포옹하고, 손을 잡는다. 하지만 이런 신체 접촉이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다. 촉각은 인간의 감각 중 가장 먼저 발달하는 감각이자 태어나서 가장 먼저 느끼는 감각이지만, 가장 저평가된 감각이다.

상상스퀘어가 출간한 『터치』는 수십 년간 접촉을 연구해온 사회신경과학자 마이클 배니시가 신체 접촉이 우리를 어떻게 인간답게 만들고 행복하게 만드는지를 과학적으로 밝힌 책이다. 김지아 번역가가 우리말로 옮겼다.

영국 브리스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는 2020년 전 세계 약 4만 명을 대상으로 "접촉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위안, 따뜻함, 사랑이었다. 성별이나 건강 상태로 분류했을 때도 결과는 비슷했다. 저자는 "많은 사람이 촉각을 타인과 연결되고 위안을 받는 감각으로 여긴다"고 말한다.

책의 가장 놀라운 발견은 신생아 시절의 스킨십이 20년 후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2021년 이스라엘 라이히만대학 연구진은 약 20여 년간 신생아와 부모를 추적 관찰했다. 연구 결과는 매우 놀라웠다. 갓 태어났을 때 부모와 신체 접촉을 했는지가 20년 후 이들의 사회성에 현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생 후 1시간의 스킨십이 아이의 20년 후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접촉의 힘은 건강에도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한 연구에서 14일 동안 매일 포옹 횟수를 기록한 뒤 피험자들을 격리하고 감기 바이러스에 노출시켰다. 결과는 감격스러웠다.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전에 포옹을 많이 한 사람들은 질병에 걸릴 위험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포옹이 면역 체계를 강화해 감기 등의 질병을 경감시킨다는 것이다.

폭력성과의 관계도 흥미롭다. 인류학자 제임스 프레스콧은 49개 문화권을 대상으로 신체적 애정 표현과 폭력성의 관계를 조사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어린 시절에 신체적 애정 표현을 자주 경험할수록 성인기에 폭력성이 적게 나타났다. 신체 접촉을 자주 경험할수록 폭력성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비즈니스 현장에서도 접촉의 효과는 놀랍다. 1984년 미국 미시시피대학 연구진은 한 레스토랑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종업원들은 계산을 마친 뒤 거스름돈을 돌려줄 때 일부 고객의 손이나 어깨를 잠깐 만졌다. 대부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정도의 아주 짧은 접촉이었다. 하지만 이 짧은 접촉의 효과는 강력했다. 종업원은 고객의 손이나 어깨를 잠깐 만졌을 때 아무런 접촉도 없을 때보다 팁을 받을 확률이 높았고, 금액도 많았다.

협상 장면에서는 더욱 극적이다. 부동산 협상에서 판매자와 악수를 한 구매자 대다수가 판매자에게 솔직하게 정보를 공개했다. 결국 협상은 양측 모두에게 동등한 이익이 돌아가는 결과로 마무리됐다. 악수는 협상 상황에서 자신이 손해를 입더라도 공동의 이익을 위해 함께 일하려는 의지를 높였다. 간단한 행위인 악수가 놀라운 힘을 지녔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중요한 경고도 덧붙인다. 한 연구에서 종업원들에게 고객과 스킨십하도록 지시했을 때 역효과가 났다. 종업원들은 고객이 언짢아할 것이라 생각했고, 이러한 지시를 상당히 불편해했다. 신체 접촉을 강제하려다 역효과만 난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나누는 신체 접촉은 각자의 의지로 자발적으로 일어나야만 효과를 발휘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배니시는 10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했으며, 심리학 분야에 기여한 탁월한 공헌을 인정받아 영국심리학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에서 상을 받았다. 2020년에는 BBC, 과학박물관 웰컴 컬렉션과 함께 신체 접촉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112개국 약 4만 명이 참여한 세계 최대 규모의 설문조사와 관련 전시 및 방송 프로그램 시리즈를 진행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스탠퍼드대학교 뇌신경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은 추천사에서 "우리 뇌가 청각, 시각만큼 촉각을 추구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라"고 말한다. 수면 전문의 스티븐 Y. 박은 "비대면 관계가 늘어난 오늘날, 인간적 접촉의 중요함을 강조하는 그의 독창적인 관점은 꼭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접촉을 불에 비유한다. 불이 주는 이로움과 위험처럼, 접촉도 과하지 않다면 매우 유용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접촉이 사라져가는 오늘날, 그 이해는 더욱 중요하다. 마사지가 스트레스 호르몬을 감소시키고, 수면이나 불안, 우울증, 관계 등 우리 삶의 어려운 요소들도 접촉으로 완화시킬 수 있다.

2026년,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연결되어 있지만 동시에 고립되어 있다. SNS로 소통하고 화상으로 회의하지만, 진짜 접촉은 사라지고 있다. 인간의 원초적 감각이자 삶을 바꾸는 보편적 언어인 접촉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이 유용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관련 기사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6월 10일 오후 3:56
8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6월 10일 오후 3:52
11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6월 10일 오후 3:45
8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