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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말하지만 아무도 듣지 않는 시대, 『경청의 기술』 신간 출간 - (야마다 하루, 알에이치코리아)

사회언어학자가 발견한 '듣기 지능', 생존을 위한 필수 능력

장세환2026년 1월 21일 오전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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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의 기술.jpg출판사 제공

우리는 말하기 스킬을 배우고 어휘력을 키우려 애쓴다. SNS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고, 회의실에서는 누가 더 설득력 있게 말하는지 경쟁한다. 하지만 정작 타인의 말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다. 모두가 연결되어 있지만 진정으로 연결되지 못한 시대다.

알에이치코리아가 출간한 『경청의 기술』은 이런 시대에 '듣기 지능'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다. 사회언어학자인 저자 야마다 하루는 "잘 말하는 기술도 필요하지만 잘 듣는 기술은 생존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정지현 번역가가 우리말로 옮겼다.

저자가 듣기의 중요성을 깨달은 계기는 극적이다. 그는 심각한 사고를 당해 말을 잃고 청각마저 손상됐다. "나는 마이크도 스피커도 없는 녹음 장치가 되어버린 언어학자였다"고 그는 회고한다. 말을 할 수 있을 때조차 사람들이 귀 기울이게 하기 어려운데, 목소리가 없을 때는 더욱 힘들었다. 침묵 속에서 그는 역설적으로 듣기의 힘을 발견했다.

조지타운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은행원 회의 대화를 분석한 논문으로 '청자가 주도하는 대화'라는 개념을 처음 소개했다. 이 연구는 책으로 출간되어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일본의 여러 대학에서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교재로 사용되고 있다. 이번 신간은 그간의 연구를 집대성해 일상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용 지침으로 정리한 것이다.

책에는 구체적인 듣기 기술들이 담겨 있다. 대화할 때 어느 정도로 말 분배 방식이나 속도를 맞춰야 하는지, 원하지 않는 소음과 잘못된 정보를 걸러내며 듣는 방법, 상대방의 말에서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기준 등이다. 특히 '골디락스 기준'이라는 개념이 흥미롭다. 적절한 양으로 말하는 사람의 말을 우리는 진실이라고 여길 가능성이 높다. 반면 너무 많이 말하는 사람은 수다쟁이로 치부하고 그 말의 진실성을 의심한다는 것이다.

비언어적 소통에 대한 통찰도 돋보인다. 저자는 "듣기는 일정 수준의 자기 인식을 포함한다"고 말한다. 청자는 화자의 말을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화자의 말을 통해 스스로를 관찰한다. 눈맞춤을 할 때도 단순히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반응을 살피며 자신에 대한 생각을 읽으려 한다.

경청의 효과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됐다. 하버드 성인발달연구에서는 듣기가 만성 질환과 인지 기능 저하를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심장학 저널에 실린 연구에서는 자신의 말이 경청받고 있다고 느낀 사람들에게서 관상동맥 질환과 뇌졸중 위험이 최대 3분의 1까지 감소했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업무 현장에서도 경청은 결정적이다. 금융 기관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경청이 잘 이루어질수록 매출 및 순이익이 향상되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부하 직원을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무기력한 태도를 보이는 리더는 직원을 실망시킨다. 경청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면 조직의 성과도 개선된다.

디지털 시대의 소통에 대한 분석도 날카롭다. 저자는 문자 메시지를 '느린 듣기'가 가능한 소통법으로 본다. 즉각적인 반응이 요구되는 말하기와 달리 시간을 들여 천천히 답할 수 있고 나중에 되돌아볼 수도 있다. 문자를 보내는 행위는 말하기, 읽는 행위는 듣기로 간주된다.

저자는 듣기를 단순히 입을 다물고 집중하는 수동적 행위로 보지 않는다. "우리는 멀티태스킹하며 들을 때도 상대방이 말을 이어가도록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쌍방향으로 대화를 이어간다"고 설명한다. 진정한 경청은 능동적이고 역동적인 과정이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데보라 태넌은 추천사에서 "내면의 목소리, 상대방과 더 깊이 소통하기 위해 경청 능력을 활용하고 연마하자"고 말한다. 듣기 지능이라는 잠재된 에너지를 활용하면 갈등을 완화하고 오해와 편견을 해소하며 조화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모두가 말하려고만 하는 2026년, 이 책은 묻는다. 당신은 정말 듣고 있는가. 상대방의 말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는가. 듣기는 단순한 예의가 아니라 생존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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