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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감정도 있는 그대로, 『솔직히, 힘든 날도 있거든요』 신간 출간 - (필리파 말로 프랑코, 별글)

임상심리학자가 전하는 아이 마음 보듬기, "괜찮은 척 하지 않아도 괜찮아"

장세환2026년 1월 21일 오전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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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힘든 날도 있거든요.jpg출판사 제공

"오늘따라 머리가 말을 안 듣네." 곱슬거리는 빨강 머리를 가진 한 소년의 아침은 이렇게 시작된다. 거울 앞에서 한참을 씨름해도 머리는 제멋대로고, 학교에 가면 친구들의 놀림이 기다리고 있다. 이런 날이면 소년은 세상에서 가장 작아지는 기분을 느낀다.

별글 출판사가 최근 펴낸 『솔직히, 힘든 날도 있거든요』는 이처럼 아이들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불편한 감정을 정면으로 다룬다. 포르투갈의 임상심리학자이자 작가인 필리파 말로 프랑코가 쓰고, 일러스트레이터 카를라 나자레트가 그림을 그렸다.

책의 접근법은 기존의 많은 아동 심리서들과 다르다. "괜찮아, 힘내"라며 아이를 다독이는 대신, "네가 지금 느끼는 감정, 그게 뭐든 괜찮아"라고 말한다. 슬프고, 화나고, 소리 지르고 싶고, 멀리 떠나고 싶은 그 마음을 억누르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는 것이다.

임상심리학자로서 아동과 성인의 마음 건강을 상담해온 저자는 감정 억압이 오히려 더 큰 문제를 만든다는 점을 강조한다. 아이의 가슴속에서 폭풍우가 몰아칠 때 필요한 것은 긍정적인 말보다 그 감정을 온전히 받아주는 어른의 존재다. 책 속 빨강 머리 소년도 자신의 힘든 마음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기대면서 조금씩 회복해간다.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심리학자가 되기 전 아역 배우와 성우로 활동했다는 이력이다. 카메라 앞에서, 마이크 앞에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야 했던 경험이 아이들의 내면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그림을 그린 카를라 나자레트는 모잠비크 출신으로 리스본 미술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전공했다. 그의 그림은 소년의 감정 변화를 색감과 선의 움직임으로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머리카락이 폭풍처럼 휘날리는 장면에서는 소년의 혼란스러운 마음이, 누군가의 품에 안긴 장면에서는 안도감이 그대로 전해진다.

강나은 번역가는 원문의 따뜻함을 우리말로 옮기는 데 공을 들였다. "솔직히, 힘든 날도 있거든요"라는 제목부터가 아이의 목소리를 그대로 담아낸 번역이다. 영미권 아동서 번역에 오랜 경력을 가진 그는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스타피시』 등 여러 그림책을 국내에 소개해왔다.

2026년 현재, 아이들은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와 자극에 노출되어 있다. SNS를 통해 또래의 '완벽해 보이는' 일상을 보며 자신을 비교하고, 학업과 경쟁의 압박은 점점 어린 나이로 내려오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힘들어도 괜찮다"는 허락이 아닐까.

이 책은 아이들에게 "누구에게나 힘든 날은 있다"는 위안을 주는 동시에, 부모와 교사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아이의 부정적인 감정을 빨리 해결해주려 하기보다, 그 감정을 함께 느끼고 견뎌주는 것이 진짜 어른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빨강 머리 소년은 여전히 곱슬머리를 가지고 있고, 앞으로도 힘든 날을 맞이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 소년은 안다. 힘든 날을 통과하면 마음이 조금 더 튼튼해진다는 것을.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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