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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질 녘의 한순간, 꿈과 사랑 사이를 건너는 청춘들, 『해 질 녘에, 손을 잡는다』(기타가와 에리코, 빈페이지)

드라마의 결을 소설로 옮겨, 어긋남과 설렘의 감정을 더 가까이 당겨 쥔다

장세환2026년 1월 20일 오전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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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질 녘에, 손을 잡는다.jpg출판사 제공

일본 드라마의 황금기를 만든 각본가 기타가와 에리코가 청춘 로맨스로 돌아왔다. 『해 질 녘에, 손을 잡는다』는 일본 티비에스에서 방영된 동명 드라마를 소설로 옮긴 작품이다. 영상이 빠르게 지나가며 남겨 두는 감정의 여백을 문장으로 채우고, 인물의 속내를 더 가까이 들여다보게 한다. 규슈에서 자란 소라마메와 작곡가를 꿈꾸는 오토가 도쿄에서 우연히 만나 한집에 살게 되며, 티격태격과 설렘이 동시에 자라는 관계를 그린다.

소라마메는 자연 속에서 자라 몸이 먼저 반응하는 사람이다. 감정을 숨기기보다 튀어나오게 두고, 엉뚱한 말로 분위기를 흔들어 놓는다. 반대로 오토는 속도를 늦춘다. 상처받기 싫어서 거리를 두는 듯하지만, 정작 누군가 무너지는 순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이 둘이 하숙집 같은 공간에서 부딪치며 살아가는 장면들은 사랑의 시작을 거창한 사건으로 만들지 않는다. 사소한 말투, 작은 오해, 서로의 습관이 거슬리는 순간들이 쌓이다가 어느새 ‘정’이 되고, 그 다음엔 인정하기 싫은 감정이 된다.

이 소설의 재미는 ‘사랑이 커지는 과정’만큼이나 ‘꿈이 끼어드는 방식’에 있다. 오토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작곡가의 꿈을 키우고, 소라마메 역시 도쿄라는 낯선 도시에서 자신만의 길을 더듬는다. 두 사람은 서로의 등을 밀어 주기도 하고, 동시에 서로의 시간을 빼앗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꿈을 위해 달리는 사람에게 사랑은 위로이면서 부담이 될 수 있고, 사랑을 지키고 싶은 마음은 꿈의 방향을 흔들어 놓기도 한다. 작품은 그 양가 감정을 낭만으로 덮지 않고, 청춘이 자주 겪는 현실적인 흔들림으로 보여 준다.

소설화의 장점도 분명하다. 드라마에서 표정과 침묵으로 넘겼던 순간이 문장으로 풀리며, 인물들이 왜 그렇게 말하고 왜 그렇게 물러섰는지가 또렷해진다. 하숙집 주인 교코 같은 주변 인물들은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라, 젊은 날의 열정과 좌절을 이미 지나온 어른으로서 두 사람의 시간을 비추는 거울처럼 기능한다. 덕분에 이 이야기는 두 주인공의 로맨스에만 머물지 않고, ‘젊다는 것’ 자체의 불안과 기세를 함께 안고 간다.

『해 질 녘에, 손을 잡는다』는 제목처럼 하루가 저물기 직전의 빛을 닮았다. 완전히 밝지도, 완전히 어둡지도 않은 시간. 그래서 더 솔직해지고, 더 예민해지고, 더 잘 상처받는 시기. 이 작품은 그 불안정한 순간을 붙잡아, 사랑이란 결국 상대를 붙드는 일이 아니라 흔들리는 나를 함께 견디는 일일지도 모른다고 조용히 건넨다. 그렇게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저무는 빛 속에서 손을 잡는다는 말이 단순한 로맨틱한 포즈가 아니라, 서로의 오늘을 함께 통과하자는 약속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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