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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미술관 100곳을 걸으며 기록한 1년, 『오늘도 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김슬기, 마음산책)

런던 체류를 시작으로 유럽 각지의 미술관과 작품을 ‘도장 깨기’ 하듯 누빈 미술 전문기자의 사적인 그랜드투어

장세환2026년 1월 20일 오전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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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jpg출판사 제공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꿈꾼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마음이 끌리는 미술관에서 하루 종일 머무는 일. 『오늘도 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는 그 꿈을 현실로 만든 기록이다. 17년 동안 문화부에서 일해 온 미술 전문기자 김슬기는 방문학자로 런던에 1년 머물며 유럽 100여 곳의 미술관을 찾아다녔고, 그중 기억에 남은 공간과 작품을 한 권에 모았다.

여정은 유명한 이름들만 나열하지 않는다. 내셔널 갤러리, 루브르, 프라도처럼 익숙한 미술관을 지나면서도, 파리의 자크마르 앙드레 미술관이나 로마의 보르게세 미술관처럼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장소를 함께 들여다본다. ‘어디가 유명하다’가 아니라 ‘그곳에서 무엇을 어떻게 봤는지’가 중심에 놓이면서, 책은 자연스럽게 한 사람의 관람 리듬을 따라가게 만든다.

이 책이 주는 재미는 ‘우연의 수집’에 있다. 저자는 페르메이르의 작품을 찾아 도시를 옮겨 다니고, 복원가가 퇴근한 뒤 조용해진 전시실에서 렘브란트의 〈야경〉을 홀로 마주하는 순간을 기록한다. 여행객에게는 흔한 “기념사진” 대신, 작품 앞에서 생기는 감정의 결을 남긴다. 같은 미술관을 여러 번 찾을수록 전시의 작은 변화가 보이고, 지난번에는 스쳐 지나갔던 그림이 다시 말을 걸어오는 경험을 ‘길을 잃을수록 즐거웠다’는 문장으로 받아 적는다.

저널리스트로서의 감각도 선명하다. 작품과 미술관의 역사적 배경을 짚고, 대표작과 숨은 작품을 함께 꺼내며 관람자가 놓치기 쉬운 지점을 정리한다. 그렇다고 도슨트처럼 설명만 밀어붙이지 않는다. 스스로 낯선 도시를 걷고 전시실을 헤매며 얻은 감각이, 정보와 함께 나란히 붙어 있어 읽는 맛이 난다.

책의 끝에서 저자는 예술이 삶을 구원할 수 있다고 말한다.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유럽의 전시실에서 반복해 확인한 감각에 가깝다. 낯선 그림을 보다가 어느 순간 ‘나’를 발견하고, 그 우연한 만남이 생각보다 오래 남는다는 것. 미술 여행의 본질을 그렇게 정리하면서 이 책은 여행기이자, 관람의 기술이자, 일상을 다시 바라보는 방식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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