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상세

newbooks

삶의 질문을 동물의 하루에 얹다, 『동물의 철학적 하루』 (두리안 스케가와, 공명)

반달가슴곰과 혹등고래가 건네는 21가지 우화, 철학은 어렵지 않게 마음으로 들어온다

장세환2026년 1월 20일 오전 10:05
859

동물의 철학적 하루.jpg출판사 제공

철학은 늘 사람의 언어로만 말해왔다. 그런데 이 책은 그 규칙을 슬쩍 뒤집는다. 『동물의 철학적 하루』는 반달가슴곰과 혹등고래, 알바트로스 같은 동물들이 주인공이 되어 하루를 살아내는 동안, 우리가 애써 미뤄 둔 질문을 다시 앞에 세운다. “왜 우리는 여기 있는가” 같은 거창한 문장이 아니라, 숨이 차고 배가 고프고 무섭고 외로운 순간에서 질문이 솟는다.

저자 두리안 스케가와는 영화 ‘앙 단팥 인생 이야기’ 원작자로 알려졌지만, 이번에는 50여 년 동안 마음에 묵혀 둔 이야기를 우화로 풀어냈다. 동물은 관찰의 대상이 아니라, 같은 세계를 건너는 존재로 그려진다. 독자가 동물의 등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의 습관이 낯설게 보이기 시작한다.

이 책의 장점은 철학을 아는 체하지 않는 데 있다. 스피노자, 헤겔, 노자, 반야심경 같은 이름들이 등장하지만, 설명문처럼 펼쳐지지 않는다. 대신 한 장면의 선택과 감정으로 스며든다. 무엇을 욕망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그 구조를 문장으로 요약하기보다 이야기의 온도로 보여준다.

특히 항구에 갇힌 고래를 다룬 에피소드는 멈춰 선 생이 다시 움직이는 순간을 붙잡는다. 누군가의 속삭임이 시작이 되고, 잠들어 있던 힘이 밀려 올라온다. 또 다른 이야기에서는 인간이 “적을 만들어 살아가는” 존재일 수 있다는 통렬한 시선을 던진다. 동물의 목소리로 비춰진 인간의 얼굴은 생각보다 또렷하고, 그래서 불편하다.

결국 『동물의 철학적 하루』는 지식을 늘리는 책이라기보다, 내 마음의 질문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책에 가깝다. 읽고 나면 동물의 하루가 남는 게 아니라, 오늘 내 하루를 어떻게 통과할지에 대한 감각이 남는다.

철학이 멀게 느껴질수록, 이 책은 가까운 자리에서 조용히 말을 건다.

관련 기사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6월 10일 오후 3:56
9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6월 10일 오후 3:52
12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6월 10일 오후 3:45
8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