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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충분히 가져도 불안할까, 『탐욕의 심리학』(현도, 민족사)
불교의 갈애 개념과 현대 심리학을 겹쳐 탐욕의 작동 방식을 해부한 신간
출판사 제공
돈을 더 벌면 마음이 편해질 것 같지만, 막상 손에 쥔 뒤에도 결핍은 사라지지 않는다. 『탐욕의 심리학』은 이 익숙한 모순을 정면으로 건드린다. 저자 현도는 탐욕을 단순한 도덕적 결함으로 몰아붙이지 않는다. 대신 탐욕이 마음속에서 어떻게 자라고, 왜 멈추기 어려우며, 어떤 방식으로 개인의 불행과 사회의 혼란으로 번져가는지 차분하게 추적한다. 제목은 강하지만, 논지는 단정적 훈계가 아니라 구조 분석에 가깝다.
책은 크게 두 축을 나란히 세운다. 하나는 초기불교가 말해온 탐과 갈애의 메커니즘이고, 다른 하나는 현대 심리학이 설명하는 욕망과 중독, 보상 체계다. “즐거운 느낌이 애착을 만들고, 애착이 갈애로 발전한다”는 흐름을 따라가면, 탐욕은 어느 날 갑자기 솟구치는 감정이 아니라 반복 학습된 습관에 가깝다는 결론에 닿는다. 여기서 저자가 겨냥하는 것은 ‘나쁜 마음’이 아니라, 우리를 자동으로 움직이게 하는 마음의 루틴이다.
특히 이 책은 ‘재물 탐욕’을 현실의 장면으로 끌어온다. 소비, 투자, 투기, 중독 같은 단어가 단순 예시로 등장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언제부터 ‘더 많이 가지는 것’을 ‘더 잘 사는 것’으로 착각하게 됐는지 묻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탐욕의 대상이 물질에만 머물지 않고 성공, 권력, 관계, 시간으로까지 확장된다는 대목은, 현대인의 불안이 어디서 증식하는지를 실감하게 한다.
불교를 ‘금욕의 교리’로 오해하는 독자라면 책의 방향이 의외로 느껴질 수도 있다. 저자가 말하는 해결책은 버리기가 아니라 ‘덜 휘둘리기’다. 소유의 양보다 중요한 것은 소유가 마음을 지배하는 방식이며, 그 지배를 약화시키는 출발점은 욕망을 억누르는 의지가 아니라 욕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아차리는 관찰이라는 주장이다. 불교의 마음 관찰법이 현대 심리치료의 회복 개념과 만나는 지점도 이 대목에서 설득력을 얻는다.
『탐욕의 심리학』은 개인의 성격을 탓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비교와 경쟁이 일상화된 환경에서 탐욕이 개인의 선택이라기보다 구조적 압력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짚는다. 이 압력을 직시한 뒤, 어떻게 마음의 균형을 되찾을 것인가. 책은 탐욕을 악마화하기보다 다루는 법을 제시하려는 쪽에 더 가깝다. 결국 독자가 얻는 것은 교훈보다 질문이다. 더 많이 가지려는 마음이 나를 움직이는 순간, 나는 무엇을 잃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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