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상세

newbooks

동물원을 500번 걷고 나서야 보인 얼굴들, 『500번의 동물원 탐험』 (비두리, 효형출판)

익숙한 나들이 공간을 생명의 현장으로 다시 읽는 15년의 기록

장세환2026년 1월 16일 오후 3:50
875

500번의 동물원 탐험.jpg출판사 제공

동물원은 늘 친숙했다. 소풍을 가고, 주말에 들르고, 사진을 찍고, 웃고 돌아서면 그만인 장소로 기억 속에 붙어 있다. 『500번의 동물원 탐험』은 그 익숙함을 일부러 뒤집는다. “구경거리”로 지나쳤던 동물들의 시간을 한 번 더 붙잡고, 누구의 시선도 오래 머물지 않았던 얼굴을 끝까지 바라보게 만든다.

이 책의 시작은 2009년 여름, “내 사진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었다. 그 질문은 15년 동안 500번의 동물원 방문으로 이어졌고, 저자 비두리는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눈으로 계절과 시간, 그리고 자신의 감정이 달라질 때마다 바뀌는 동물원의 표정을 기록해왔다. 렌즈는 단순한 기록 도구가 아니라 인간과 동물이 서로를 비추는 거울로 기능하며, 독자 역시 관람객이 아니라 “함께 서 있는 존재”로 초대된다.

책은 동물원을 한쪽으로 단정하지 않는다. 보호와 감금의 경계가 어디인지, 보전과 소비가 어떻게 뒤엉키는지, 동물의 삶을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이해해왔는지 조용하지만 집요하게 묻는다. 왜 어떤 동물은 여기에서 살아야 했고, 어떤 동물은 사라졌는가. 북극곰과 침팬지, 사자와 판다 푸바오까지, 한 장면 한 장면이 동물원이라는 공간에 압축된 현대 사회의 모순을 드러내며 독자의 생각을 멈춰 세운다.

구성은 “보다, 생각하다, 느끼다, 묻다”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먼저 눈으로 본 풍경이 질문으로 바뀌고, 질문은 감정과 책임으로 이어진다. 동물과 눈을 마주친 순간의 떨림, 이름을 알게 되며 생기는 애정, 그리고 이해하려 애쓰는 시간이 겹쳐지며 ‘돌봄’과 ‘연결’이라는 감각이 자연스럽게 살아난다. 그래서 이 책은 동물원 체험담이 아니라, 우리가 무심히 지나온 관계를 다시 배우는 기록에 가깝다.

『500번의 동물원 탐험』은 결론을 제공하지 않는다. 대신 질문하는 법을 건넨다. 우리가 사랑한다고 믿어온 공간을 어떻게 다시 바라볼 것인가, 보는 행위는 과연 순수한 관찰인가, 그리고 그 시선의 결과는 누구에게 남는가. 책장을 덮고 나면 동물원의 풍경이 달라진다기보다, 그 풍경을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가 바뀌기 시작한다.

관련 기사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6월 10일 오후 3:56
9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6월 10일 오후 3:52
12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6월 10일 오후 3:45
8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