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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을 기록으로 건너는 하루, 『흑백의 하루』 (이지, 위즈덤하우스)
인스타그램 그림일기 단행본, 회복과 관계의 감정을 흑백으로 붙잡다
출판사 제공
인스타그램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그림일기 연재물이 『흑백의 하루』라는 이름으로 책으로 묶였다. 이지 작가는 우울이 삶의 리듬을 바꾸던 시절,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감각 속에서도 손에서 놓지 못한 한 가지를 ‘기록’이라 부른다. 하루를 글과 그림으로 남기는 일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그날을 겨우 지나가기 위한 최소한의 동작이었다. 그런데 그 작은 동작이 쌓이면서, 비슷한 시간을 통과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모였고, 서로의 회복을 조용히 밀어주는 연결이 만들어졌다.
이 책은 우울을 한 번에 극복하는 이야기로 자신을 포장하지 않는다. 감정이 가라앉는 시간, 병원을 오가는 기록, 관계가 흔들리는 순간, 아무 말도 하기 싫은 밤 같은 장면들이 담담하게 이어진다. 대신 감정을 구체적으로 읽는 법, 대화를 관찰하는 태도,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기 쉬운 마음을 다시 자기 쪽으로 당겨오는 방법 같은 것들이 일상 속 문장으로 스며든다. 해가 기울수록 마음의 그늘이 길어지는 시간도 있고, 괜찮아 보이려 애쓰다 더 피곤해지는 날도 있다. 그럼에도 작가는 “길은 잠시 잃을 수 있다”는 문장처럼, 흔들림을 실패로 단정하지 않고 다음 장면으로 넘긴다.
구성은 크게 4개의 흐름으로 이어지며, 관계와 자기 이해, 방황과 회복, 창작과 불안, 그리고 ‘문 뒤의 나’에게 건네는 다정한 말을 따라간다. 스스로를 멋지게 만들고 싶다는 바람도, 누군가의 말에 의해 자꾸만 모양이 바뀌는 자아도, 결국은 매일의 작은 선택 속에서 조금씩 선명해진다. 책 속의 하루는 흑백이지만, 그 흑백을 견디는 과정에서 독자의 하루가 오히려 더 또렷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감정의 한가운데에서 길을 잃어본 사람이라면, 이 책은 “괜찮아질 때까지 같이 앉아 있는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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