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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다리로 서울을 다시 읽다, 『한양에서 서울: 역사를 잇다』 출간(장승필, KSCE프레스)
한강 나루에서 현대 교량까지 120년 흐름을 41개 다리로 정리한 도시 공학사
출판사 제공
서울을 설명할 때 우리는 보통 궁궐과 골목, 개발과 재개발 같은 단어부터 떠올린다. 그런데 도시의 확장은 결국 “건너갈 수 있느냐”에서 시작한다. 강은 경계이고, 다리는 그 경계를 생활권으로 바꾸는 기술이다. 『한양에서 서울: 역사를 잇다』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한강의 다리”로 읽어보자는 책이다. 교량이 단순한 교통 시설이 아니라, 당대의 국가 전략과 도시 비전, 그리고 공학 기술의 수준이 한꺼번에 응축된 사회적 산물이라는 전제를 끝까지 밀고 간다.
저자 장승필은 한강을 도시의 혈관처럼 바라본다. 먼저 조선 시대 한강 나루터의 지리적 의미에서 이야기를 열고, 근대 철교의 등장과 전쟁을 거친 재건의 시기, 산업화와 강남 개발 같은 도시 확장, 88서울올림픽을 앞둔 대규모 교량 건설을 지나 국내 교량 기술의 자립과 세계적 도약에 이르기까지 약 120년의 흐름을 한 줄로 꿰어낸다. 그 과정에서 다리들은 배경이 아니라 주인공이 된다. 어느 다리는 개발의 신호탄이고, 어느 다리는 군사적 목적을 품고 태어났으며, 어느 다리는 안전과 유지관리의 중요성을 뼈아프게 환기시키는 사건의 현장이기도 하다.
이 책의 특징은 공학을 도시사에 붙여 놓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설계와 시공, 재료와 공법, 유지관리와 안전 같은 공학적 시선을 역사 서술과 결합해, 한강 교량을 “보는 대상”에서 “읽는 대상”으로 바꾸어 놓는다. 다리를 바라볼 때 미관만이 아니라 왜 그 방식으로 지었는지, 어떤 시대적 요구가 그 구조를 선택하게 했는지,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어떤 점이 취약해지고 어떤 방식으로 보완되는지까지 함께 따라가게 한다. 서울을 걷는 경험이 한 단계 달라지는 순간이다. 같은 다리라도 ‘지나치는 구조물’이 아니라, 도시가 스스로를 확장해온 방식의 증거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목차는 한강 교량의 기원을 짚는 서막에서 출발해, 대한제국 말기부터 6·25 전후의 건설과 재건, 산업화 시기의 교량 건설, 올림픽을 앞둔 대규모 건설, 국산 기술의 정착과 선진화로 이어진다. 한강철교와 한강대교 같은 상징적 교량부터 도시의 방향을 바꾼 다리들까지, 41개 교량을 중심으로 서울의 성장과 대한민국 교량 기술의 축적이 동시에 펼쳐진다. 전작이 전통 교량의 기술적 문화적 가치를 넓게 조명했다면, 이번 책은 한강이라는 한 축에 집중해 도시와 교량의 관계를 더 집약적으로 보여주려는 후속 작업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서울은 늘 새로 지어지는 도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건너는 기술”이 켜켜이 쌓인 도시다. 이 책은 그 기술의 흔적 위에서 서울을 다시 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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