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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고 치열한 현장을 편지로 남기다, 『오케이, 컷! 이만 총총』 출간(손정현, 김재현, 이은북)
드라마 감독 선후배의 왕복서신이 현장과 삶의 질문을 한 권으로 묶었다
출판사 제공
촬영장에서 “레디”가 떨어지면 사람은 자기 속도를 잊는다. 뛰고, 맞추고, 기다리고, 또 뛰어야 한다. 그렇게 하루가 끝나면 누군가는 컷을 외치고, 누군가는 총총히 다음 현장으로 사라진다. 『오케이, 컷! 이만 총총』은 그 사라지는 사이에 남은 마음을 붙잡아 편지로 만든 책이다. 8년 전 어른의 멜로 드라마로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을 함께했던 두 감독, 손정현과 김재현이 서로에게 보낸 편지들을 엮어 “찍는 이야기”를 “사는 이야기”로 바꿔 놓는다.
이 책의 출발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안부의 부족에서 시작한다. 같은 회사 선후배였고, 각자 작품을 맡아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점점 연락이 뜸해진 사이. 선배 손정현 감독의 제안으로 둘은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만나기 어려워도 서로의 소식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 그리고 같은 일을 하는 사람끼리만 통하는 온도. 그 마음이 쌓여 책이 됐다. 그래서 이 책의 문장은 현장의 소음과 생활의 숨결을 동시에 품는다. “무계획이 훌륭한 계획” 같은 말이 멋있게 들리는 이유도, 그 뒤편에 수십 번의 선택과 포기가 겹쳐 있기 때문이다.
편지는 처음엔 드라마판의 속살을 보여준다. 연출이 어떤 일을 하는지, 현장에 첫발을 내딛기까지 무엇을 통과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사람으로 바뀌는지. ‘연출은 봉고를 타고 현장에 간다’는 농담 같은 말은 웃기지만, 동시에 이 업의 현실을 단박에 설명한다. 늘 이동하고, 늘 대기하고, 늘 누군가의 시간을 책임지는 사람. 그러다 문득 시청률 1퍼센트 같은 숫자 앞에서 마음이 쪼그라들고, 때로는 “너 시청률 1퍼 찍어봤어?” 같은 질문이 농담이 아니라 상처로 남는다. 이 책은 그런 순간을 미화하지 않고 그대로 꺼내 보인다.
그럼에도 결국 이 책이 오래 남기는 건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드라마는 사람의 이야기라는 말이 자주 나오지만, 여기서는 그 말이 선언이 아니라 체험으로 들린다. 후배는 자기 길이 맞는지 묻고, 선배는 조금 먼저 겪은 실패와 다짐을 풀어 놓으며 “완벽하게 하려 하지 말고 현재를 살아라” 같은 문장을 건넨다. 또 어떤 편지에서는 “오늘 만나는 사람”을 대하는 법을 이야기하며 관계의 우선순위를 다시 세우게 한다. 멋진 조언처럼 보이지만 실은 현장에서 부딪히며 얻은 생존의 문장들이다. “감독이 되려면 심장에 물기가 많아야 한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냉정해야 버틴다는 통념과 다르게, 오히려 오래 가려면 사람을 끝까지 사람으로 보는 힘이 필요하다는 뜻이 된다.
읽는 재미도 분명하다. 손정현의 현장 언어는 직진하고, 김재현의 문장은 공감과 질문을 오래 끌고 간다. 서로 다른 결이 편지에서 부딪히며 리듬을 만들고, 그 리듬이 어느새 드라마의 호흡처럼 페이지를 넘기게 한다. 작품을 좋아했던 팬이라면 익숙한 이름과 현장 뒷이야기에서 또 다른 즐거움을 얻고, 창작을 업으로 삼지 않는 독자라도 선택의 무게, 기다림의 기술, 사람을 대하는 방식 같은 질문에서 자기 삶의 장면을 찾아낼 수 있다.
쪽수와 값, 국제표준도서번호 등 자세한 출판 정보는 자료에서 확인이 필요하다.
한 편의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남는 건 장면이 아니라, 그 장면을 만들던 사람들의 마음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조용히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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