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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빛나는 삶』(마일스 프랭클린, 북레시피)

자유를 선택한 19살의 선언

장세환2026년 1월 14일 오후 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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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빛나는 삶.jpg출판사 제공

여성의 삶이 결혼과 순종으로 좁혀지던 19세기 말 호주에서 한 소녀는 “나는 나의 삶을 살겠다”라고 말한다. 마일스 프랭클린의 대표작 『나의 빛나는 삶』은 1901년 출간 직후부터 호주 문학의 좌표를 바꾼 성장소설로 평가받아 왔다. 이번에 고상숙 번역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되며, 한 개인의 청춘담을 넘어 여성 주체 서사의 출발점이라는 작품의 무게를 한국 독자에게도 또렷하게 전한다.

이 소설의 중심에는 주인공 시빌라가 있다. 그는 가난한 농촌의 노동과 불안정한 삶을 통과하며 글쓰기를 꿈꾸지만, 사회가 제시하는 구원은 늘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시빌라는 사랑을 부정하기보다 사랑보다 앞선 자신의 욕망, 창작의 욕망과 자유를 선택한다. 결혼을 행복의 조건으로 강요받던 시대에 이 선택은 드물고 급진적이었고, 그래서 이 작품은 지금도 “여성이 자기 목소리로 자기 삶을 말하는” 서사의 기점으로 읽힌다.

『나의 빛나는 삶』은 또한 호주라는 공간의 감각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자연과 노동, 계급의 균열 속에서 인물의 감정이 자라고 부서지는 방식이 1인칭 언어로 밀도 있게 이어진다. 젊음의 오만과 불안, 질투와 열정, 자기혐오와 자기확신이 한꺼번에 솟구치는 순간들이 거칠게 튀어나오며, 성장이라는 말이 늘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정면으로 보여 준다. 그래서 이 작품은 “바르게 자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나답게 살아남으려는 이야기”로 남는다.

오늘날 호주에서 이 작품은 단지 오래된 고전이 아니다. 여성 작가에게 수여되는 최고 권위 문학상으로 꼽히는 ‘마일스 프랭클린 상’이 이 작가의 유산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이 소설이 문학사적 상징으로 어떻게 자리 잡았는지 보여 준다. 더불어 드라마 시리즈 영상화가 진행 중이라는 소식은, 시빌라의 질문이 여전히 현재형으로 살아 있음을 환기한다. 사랑과 안전을 선택하라는 압력 앞에서, 내 삶을 내가 쓰겠다는 결심은 시대를 건너 계속 새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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