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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의 본질을 다시 묻는다, 『장사의 철학』(사사이 기요노리, 한국경제신문)

유니클로와 무인양품이 되풀이한 10계명, 손익보다 먼저 사람을 세우는 경영

장세환2026년 1월 13일 오전 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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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의 철학.jpg출판사 제공

요즘 장사는 속도가 빠르고 유행은 더 빠르다. 광고 한 번, 알고리즘 한 번에 매출이 널뛰고, 손익계산서가 마음의 온도를 결정한다. 그런데 『장사의 철학』은 가장 느린 질문부터 꺼낸다. “손익보다 선악을 먼저 생각하라.” 유니클로, 무인양품, 이온몰이 스승으로 꼽는 ‘일본 상업의 아버지’ 구라모토 조지의 가르침을, 《상업계》 출신 저자 사사이 기요노리가 100편의 짧은 글과 사례로 정리한 책이다.

이 책의 출발점은 ‘장사 10계명’이다. 손익을 앞세우기 전에 옳고 그름을 따지고, 창의성을 존중하되 좋은 것은 과감히 배우며, 매일 손님에게 유리한 장사를 하라는 원칙이 뼈대다. 여기서 중요한 건 계명이 도덕 교과서처럼 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장사란 결국 관계의 기술이고, 관계는 신뢰를 먹고 자란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확인시킨다. “즐거운 추억이 고객의 마음속에 남도록 장사하라”는 문장은 매출을 넘어 ‘기억’을 설계하라는 주문처럼 읽힌다.

‘적정 이윤’에 대한 관점도 선명하다. 많이 남기는 것이 아니라, 오래 남는 방식으로 남겨야 한다는 말에 가깝다. 사랑과 진실을 바탕으로 이윤을 확보하되, 적자는 사회를 위해서도 죄악이라고 못 박는다. 이 대목이 책을 현실로 끌어당긴다. 착한 마음만으로 가게가 굴러가지 않는다는 것, 지속 가능하려면 숫자를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숫자가 전부가 되면 장사는 쉽게 무너진다는 경고가 동시에 담긴다.

또 하나의 축은 ‘사람’이다. 손님뿐 아니라 직원, 동료, 더 넓게는 지역사회까지 포함한다. “가게의 발전은 사회의 행복”이라는 문장은 ‘사업의 성장’과 ‘공동체의 안녕’을 갈라놓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은 매장 운영 기술보다 경영자의 태도를 더 오래 붙든다. 책임은 위로 올라갈수록 무겁고, 자부심은 겸손과 함께해야 한다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유니클로 창업자 야나이 다다시가 해설을 덧댄 이유도 여기 있을 것이다. 유행을 이기는 원칙은 ‘무엇을 팔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사람으로 팔 것인가’에서 나온다는 믿음이다.

『장사의 철학』은 장사 비법서라기보다 장사하는 사람의 내면을 바로 세우는 책에 가깝다. 오늘 하루 매출이 흔들려도, 내 가게의 방향이 흔들리지 않게 붙잡아 주는 기준을 찾는다면, 이 10계명은 꽤 단단한 기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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