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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화려한 작화와 강렬한 서사로 주목받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최신 애니메이션을, 원작 소설로 먼저 만날 수 있게 됐다. 모모에서 펴낸 『끝이 없는 스칼렛』은 2026년 1월 14일 국내 개봉을 앞둔 동명 작품의 바탕이 된 이야기로, 영상에서 다 담기 어려웠던 감정과 질문을 문장으로 깊게 끌고 간다. 번역은 이승원이 맡았다.
작품은 중세의 왕녀 스칼렛과 현대에서 넘어온 간호사 히지리의 동행으로 시작된다. 숙부에게 아버지를 잃은 스칼렛은 복수를 위해 검을 들지만, 실패 끝에 망자의 나라에서 다시 눈을 뜬다. “여기는, 천국……?”이라는 혼란 속에서 스칼렛은 약탈과 폭력이 뒤섞인 세계를 건너며, 존재가 사라지지 않기 위해 도달해야 하는 장소를 향해 나아간다.
히지리는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상처 입은 이를 돌보려 한다. 스칼렛은 그런 태도에 반발하면서도, 결국 히지리의 손길을 통해 자신이 붙잡고 있던 감정의 뿌리를 들여다본다. 복수와 증오가 삶을 지탱하는 힘처럼 보이지만, 그 안쪽에는 관계와 사랑에 대한 갈망이 숨어 있음을 드러내며 서사는 단순한 복수극을 넘어 구원과 선택의 문제로 확장된다.
소설의 강점은 내면의 균열을 섬세하게 따라간다는 점이다. 스칼렛은 “나는, 복수를 완수해야만 할까”라고 자신에게 묻고, 이야기는 용서가 윤리적 답안이 아니라 생의 방향을 바꾸는 결단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끝없는 땅으로 향하는 여정은 멈추지 않는 싸움의 기록이 아니라,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인간이 무엇으로 존재하는지 묻는 탐색이 된다.
『끝이 없는 스칼렛』은 애니메이션 팬에게는 세계관을 더 깊게 읽는 통로가 되고, 판타지와 성장 서사를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복수와 구원 사이의 긴장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이야기로 남는다. 결국 이 소설이 붙드는 문장은 단순하다. “사랑을 알고 싶어”라는 고백이, 복수의 칼날보다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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