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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의 시대를 통과하는 감정의 지도. 『아담의 기분』 (김잠선, 신아출판사)

하이데거의 시선으로 ‘기분’이라는 실존을 읽어내는 77편의 시

장세환2026년 1월 9일 오전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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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의 기분.jpg출판사 제공

사람은 왜 이유도 없이 흔들릴까. 설명할 수 없는 불안과 분노, 뜻밖의 기쁨이 하루를 바꾸는 순간이 있다. 김잠선의 네 번째 시집 『아담의 기분』은 그 흔들림을 ‘성격’이나 ‘기분 탓’으로 넘기지 않는다. 시인은 인간이 세계 속에 던져진 존재라는 사실, 그리고 그 사실을 가장 먼저 알리는 신호가 ‘기분’이라고 말한다. 총 77편의 시는 관조에서 시작해 아담의 감정 변화로 들어가고, 이브의 기쁨이 생성되는 자리까지 따라간다.

문제는 많은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너무 빨리 결론 내린다는 데 있다. 우울이면 의지 부족으로, 예민함이면 성격 문제로 치부한다. 하지만 감정은 종종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알려주는 알림처럼 찾아온다. 『아담의 기분』은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든다. 인간은 자신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살아간다. 타인도 마찬가지다. 그 무지 속에서 확실한 것은 단 하나, ‘지금 여기’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시인은 그 상태에서 솟는 감정의 결을 따라 실존을 인식하는 과정을 시로 밀어붙인다.

이 책이 제시하는 해결책은 감정을 다스리는 기술이 아니다. 감정을 해석하는 태도에 가깝다. 1장 ‘관조’는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출발한다. 아담은 침묵, 상실, 문명, 고독 같은 단어들 사이를 걸으며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를 단정하지 않고 오래 바라본다. 2장 ‘아담의 기분’에서는 개인의 내면으로 더 깊게 들어간다. 정상성, 편견, 질투, 욕망 같은 감정의 파편들이 하나의 인물에게 닿는 방식이 드러나며, ‘이해받고 싶지 않은’ 마음 같은 역설도 전면에 놓인다. 3장 ‘이브의 기쁨’은 관계의 차원으로 시선을 옮긴다. 시인은 세계가 수많은 아담과 이브로 이루어져 있으며, 서로가 서로의 세계라는 인식으로 시집 전체를 관통시킨다.

이 시집의 특징은 읽기 방식까지 설계했다는 점이다. 각 시에는 철학서처럼 인용 인물과 개념을 설명하는 각주가 달리고, 과학용어, 방언, 고어, 한자어에도 주석이 붙는다. 시를 감상으로만 남겨두지 않고, 이해와 사유의 방향을 함께 제시한다. 독자는 시를 읽다가 멈추고, 각주를 따라가며 다시 문장으로 돌아오게 된다. 감정을 ‘느끼는 일’과 ‘생각하는 일’이 한 페이지 안에서 겹쳐진다.

반향은 여기서 생긴다. 이 책은 위로를 쉽게 주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매일 겪는 기분의 변화가 우연이 아니라, 세계 속에서 버티며 살아가는 존재가 남기는 흔적일 수 있다고 밀어준다. 감정의 이름을 바꾸는 순간, 삶의 자세도 바뀔 수 있다는 메시지가 시집의 바닥에 오래 남는다.

기분을 정리하려 들기 전에, 그 기분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는지 한 번 더 묻는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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