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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 있는 마음을 미루지 않고 채우는 방법, 『비어 있거든, 사랑으로 채워라』 (전종채, 페스트북)
단편 28편이 모여 하나의 감정의 강을 만든다
출판사 제공
누군가의 하루는 늘 넘치지 않고, 비어 있는 자리를 들키지 않으려 더 바쁘게 움직이는 순간이 생기곤 한다. 전종채의 단편집은 바로 그 빈틈을 외면하지 않고 바라보면서, 거창한 위로 대신 아주 작은 행동들이 어떻게 사람을 다시 살리는지 조용히 보여준다.
이 책에는 28편의 단편이 실려 있고, 인물도 배경도 서로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사람에게 사람은 결국 온기라는 사실을 끝까지 놓치지 않는다. 출근길 지하철, 비 오는 오후, 잠들기 전 조용한 방처럼 익숙한 일상이 무대가 되고, 그 위에서 사랑과 용서, 책임과 기다림이 짧은 호흡으로 지나가며 마음을 건드린다.
표제작 ‘비어 있거든, 사랑으로 채워라’는 제목 그대로 미루지 않는 사랑을 이야기의 중심에 세운다. 작가 인터뷰에서 “양심이 시키는 일은 미루면 안 돼”라는 문장이 언급되는데, 이 말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태도로 이어지며 커다란 결심보다 작은 선택이 먼저라는 방향을 또렷하게 잡아 준다.
책 속 장면들은 대개 사소한 손짓에서 시작한다. 따뜻한 물 한 컵, 의자 하나를 챙기는 배려, 배웅하는 발걸음 같은 작은 행동이 쌓이며, 삶의 균열은 조금씩 메워지고 관계는 다시 숨을 쉰다.
다른 단편들에서도 같은 결이 이어진다. ‘부모는 문 앞까지만’은 아이가 스스로 문 손잡이를 잡게 하는 순간을 통해 돌봄과 독립의 경계를 짚고, 식물원에서의 이야기들은 상처를 내려놓는 법과 함께 사는 법을 차분히 보여주며 독자의 마음을 천천히 따라오게 만든다.
작가는 35년 교직 생활을 마치고 오랜 기록을 다시 펼쳐 지나온 날들의 결을 문장으로 엮었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문장들은 과장 없이 또렷하고, 여백이 넉넉해 독자의 기억과 감정이 자연스럽게 스며들 자리를 남겨 준다.
비어 있는 마음을 감추느라 더 애썼던 날이 있었다면, 이 책은 한 가지를 다정하게 권한다. 큰 것을 미루더라도 서로에게 사랑을 미루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오늘만큼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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