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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의 가면을 벗기고 고전을 다시 읽는 법, 『맹자유감』 (김재욱, 메디치미디어)

원조 꼰대 맹자의 민낯을 통해 권위와 차별의 뿌리를 겨눈다

장세환2026년 1월 7일 오후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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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유감.jpg출판사 제공

많은 사람에게 맹자는 당당한 논리로 군주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백성을 아끼며 인간의 본성을 선하다고 믿었던 성인의 얼굴로 남아 있다. 그래서 “공자 왈 맹자 왈”은 때로 삶의 교훈처럼, 때로는 고리타분한 탁상공론처럼 소비되면서도 여전히 권위를 얻는다. 그런데 오늘의 시선으로 보면 그 권위는 정말 온전한가. 맹자를 본받아야 한다는 말이 사회의 상식처럼 굳어질수록, 그 안에 깔린 낡은 습관도 같이 따라오는 건 아닐까.

이 책이 던지는 문제는 고전의 가치 자체가 아니라 고전을 떠받드는 방식이다. 성인의 말이라는 이유로 의심이 금지되면, 현실을 설명하지 못하는 이상론도 진리처럼 포장된다. 나이와 지위를 근거로 상대를 눌러 버리는 권위주의, 노동을 낮게 보는 시선, 직업을 위계로 나누는 차별, 실패를 개인의 노력 탓으로만 돌리는 독선까지, 오늘의 갈등을 자극하는 정서가 어디에서 자랐는지 다시 묻게 된다. 고전이 우리의 뼈대가 된 만큼, 그 뼈대에 금이 갔는지도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해결책의 자리에서 한문학자 김재욱은 《맹자》의 중요 문구를 중심으로 맹자를 정면에서 해부한다. 저자는 맹자를 성인으로 신격화하는 관습을 걷어내고, 현실적인 질문 앞에서 동문서답으로 일관하는 이상론자, 자신의 실패를 하늘의 뜻으로 포장하는 책임 회피자, 나이를 무기로 삼아 관계를 흔드는 권위주의자로서의 얼굴을 드러낸다. ‘하면 된다’는 말이 구조를 지운 채 개인을 압박하는 독선으로 작동하는 순간, 그 논리의 뿌리를 고전 속에서 찾아내려 한다. 고전이 준 영향력을 부정하기보다, 그 영향력이 오늘 어떤 형태로 부작용을 내는지 정확히 짚는 방식이다.

책의 구성도 날카롭게 쪼갠다. 1부에서는 맹자의 자기중심성과 비현실적인 이상론을, 2부에서는 예를 앞세워 관계를 끊고 차별을 합리화하는 선 긋기의 기술을, 3부에서는 지식과 정답이 폭력으로 변하는 순간을 다룬다. 대인과 소인의 구분이 노동 천시로 이어지는 장면, 나이와 덕을 근거로 대접을 요구하는 장면, 여성과 직업을 대하는 편견이 고전의 권위로 강화되는 장면이 이어지며 독자는 익숙한 잔소리의 논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확인하게 된다. 고전을 근거로 누군가를 가르치려 드는 태도 자체가 얼마나 무례한지, 그 무례가 얼마나 쉽게 사회의 규범으로 굳는지도 선명해진다.

이 책의 반향은 독자를 수동적인 제자로 두지 않는 데서 나온다. 맹자를 비난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고전에서 취할 것과 버릴 것을 스스로 판단하도록 이끈다. 명절 잔소리나 꼰대 상사의 논리에 숨은 근거를 해부하는 과정은 통쾌하지만, 동시에 불편한 거울이기도 하다. 나 또한 어떤 순간에 고전의 권위를 빌려 누군가를 몰아붙였는지, 어떤 기준을 당연하다고 믿어 왔는지 되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고전은 절대적으로 옳은 기준이 아니라, 오래 살아남은 말의 집합일 수 있다. 그렇다면 고전을 존중하는 태도와 고전에 복종하는 태도는 분리되어야 한다. 『맹자유감』은 그 분리를 가능하게 하는 해독제처럼 작동하며, 고전의 빛과 그림자를 한꺼번에 바라보게 한다. 고전이 살아 있는 질문이 되려면, 먼저 신성함이라는 껍질부터 벗겨야 한다는 메시지가 끝까지 남는다.

고전을 사랑한다면 더더욱, 그 말이 오늘 누구를 누르고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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