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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가 불안을 키우는 시대의 기준 세우기, 『덜 갖는 삶에 대하여』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김슬기 옮김 유노북스
더 가지는 대신 덜 흔들리는 마음의 거리감을 연습하다
출판사 제공
돈과 물건은 늘었는데 마음은 자꾸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더 벌면 편해질 줄 알았지만, 통장은 늘어도 불안은 더 자주 찾아온다. 무엇을 사야 마음이 잠잠해질지 몰라 또 검색하고 또 장바구니를 채운다. 이 불안의 뿌리를 소유의 양이 아니라 소유를 대하는 태도에서 찾는 책이 나왔다.
현대인의 불안은 종종 소유로 번역된다. 불안하면 일단 더 벌어야 할 것 같고, 더 갖춰야 할 것 같고,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으려면 더 준비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늘린 소유는 마음을 편하게 하기보다 새로운 걱정을 낳는다. 잃을까 봐 불안하고, 유지할까 봐 불안하고, 비교에서 밀릴까 봐 불안하다. 소유가 마음을 지켜줄 거라는 기대가 커질수록 마음은 더 쉽게 흔들린다.
지금은 그 악순환이 더 빠르게 굴러간다.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결정은 어려워지고, 소비는 쉬워졌지만 만족은 짧아졌다. 행복을 위해 돈을 쓰는데도, 마음은 왜 이렇게 시끄러운지 설명할 언어가 부족하다. 그래서 필요한 건 소비를 줄이라는 훈계가 아니라, 돈과 물건 앞에서 마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이해하는 기준이다. 불안을 잠재우려는 돈 사용은 끝이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순간부터, 방향이 달라진다.
해결책의 자리에서 『덜 갖는 삶에 대하여』가 제안하는 건 포기가 아니라 기준의 회복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합산 230만 부를 기록한 작가 코이케 류노스케는 불안의 원인을 소유 자체가 아니라 소유를 대하는 마음의 방식에서 찾는다. 책은 돈을 과대평가하는 습관, 더 갖고 싶은 마음이 작동하는 원리, 방을 채우기 전에 마음부터 정리하는 법, 정말 원하는 것만 남기는 소비의 기준을 4개의 장으로 풀어낸다. 소비를 비난하지도, 미니멀리즘을 강요하지도 않으면서 독자가 스스로 에너지의 방향을 고르게 한다.
이 책이 설득력 있는 지점은 욕망을 억누르지 말고 먼저 인정하라는 태도다. 더 갖고 싶은 마음을 나쁘다고 몰아붙이면 오히려 반동이 커진다. 대신 왜 집착이 생기는지, 그 집착이 어떤 방식으로 불안을 증폭시키는지 차분히 보여 준다. “돈으로 근본적인 불안을 해소할 수는 없습니다”라는 문장은, 돈을 인생의 갑옷으로 삼는 습관을 흔든다. 저자는 소유물이 물건만이 아니라 학력, 직업, 관계까지 포함될 수 있다고 짚으며, 마음이 불안정할수록 소유를 늘려 자신을 지탱하려 한다는 역설을 드러낸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덜 갖는 삶은 줄이기의 기술이 아니라 흔들림을 줄이는 기술이다. 돈을 수단으로만 쓰고, 필요한 것에는 제대로 쓰되, 없어도 되는 것에는 에너지를 쓰지 않는 선택이 핵심이다. 저축과 절약조차 자극이 될 수 있다는 대목은, 한쪽으로 쏠린 극단을 경계하게 만든다. 무엇을 가져야 하는가보다 무엇에 반응하지 않아도 되는가를 알게 될 때, 생활은 더 단정해지고 마음은 조금 더 조용해진다.
더 가져서 안전해지는 길이 아니라, 덜 흔들리는 기준을 세우는 길이 삶을 가볍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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