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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바라보는 눈을 바꾸는 미술 수업, 『미술관에 간 스님』 보일 지음 불광출판사

명작 속 삶의 상처를 불교의 시선으로 읽어 내다

장세환2026년 1월 7일 오후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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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간에 간 스님.jpg출판사 제공

그림을 보러 갔다가 마음이 먼저 흔들릴 때가 있다. 아름다움보다 먼저 다가오는 건 상처의 냄새, 견딤의 질감, 끝내 다시 일어서는 숨소리다. 그런데 우리는 그 감정을 대충 감상으로 덮고 지나치기 쉽다. 삶의 고통을 제대로 마주하는 법을 묻는 순간, 미술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길이 된다.

요즘은 불안이 일상이 됐다. 일터와 관계, 몸과 마음이 동시에 지치는데도 사람들은 괜찮다는 말로 하루를 버틴다. 고통을 말하면 약해 보일까 두렵고, 잠깐 쉬면 뒤처질까 겁난다. 그렇게 누르는 동안 상처는 쌓이고, 어느 순간 작은 자극에도 마음이 무너진다. 문제는 고통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보이지 않는 통증일수록 더 오래 남는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건 위로보다 인식의 전환이다. 고통을 없애는 요령이 아니라 고통을 보는 방식, 그로부터 다시 살아갈 힘을 길어 올리는 방법이 절실하다. 특히 빠른 정보와 자극에 익숙해질수록 사람의 감각은 둔해지고, 내 마음의 결을 읽는 능력은 줄어든다. 이 틈에서 예술은 잊힌 감각을 깨운다. 누군가의 삶이 남긴 흔적을 따라가며 내 삶을 비춰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해결책의 자리에서 『미술관에 간 스님』이 등장한다. 서울대학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은 수행자 보일 스님은 시대를 건너온 명작을 불교적 사유로 읽어 낸다. 책은 툴루즈 로트렉, 프리다 칼로, 마르크 샤갈 등 34명의 예술가와 작품을 통해 고통, 무상, 연기라는 삶의 원리를 짚는다. 미술 감상을 시각의 즐거움에 묶어 두지 않고, 삶을 읽는 경험으로 확장한다. 저자는 “예술은 고통을 다루는 가장 다정한 방식이다”라는 문장으로, 그림이 건네는 위로의 작동 원리를 차분히 풀어낸다.

책의 강점은 예술가의 삶을 미화하지 않는 태도다. 상처는 상처로, 실패는 실패로 남겨 둔 채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작이 어떻게 견딤의 기술이 되는지 보여 준다. 카라바조의 어둠, 뭉크의 절규, 클림트의 불안 같은 장면들은 독자에게 낯설지 않다. 결국 작품은 타인의 고통을 전시하는 창이 아니라, 내 안의 불안을 직면하게 만드는 거울이 된다. “인생은 고통이지만 그것을 넘어설 길이 있다”라는 시선이 이 책의 흐름을 붙잡는다.

예술이 사람을 살린다는 말은 종종 과장처럼 들리지만, 이 책은 그 말을 생활의 언어로 바꾼다. 말로 정리되지 않는 감정을 한 점의 그림에서 붙잡아 주고, 흔들리는 일상에 다시 발을 디딜 자리를 마련해 준다. 수행과 철학, 미술 이야기가 한 권에서 만나는 지점은 결국 한 질문으로 모인다. 지금 내 고통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그리고 그 너머로 어떻게 걸어갈 것인가.

그림 앞에서 멈추는 시간은 곧 내 삶을 다시 세우는 연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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