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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못 하는 고통을 먼저 알아채는 사람, 『아프다고 말해주면 좋겠어』 출간(김정호, 어크로스)

‘갈비사자 바람이’ 구조로 던져진 질문, 동물원의 역할을 치료와 책임으로 다시 묻는다

장세환2026년 1월 7일 오전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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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고 말해주면 좋겠어.jpg출판사 제공

동물은 아파도 아프다 말하지 못한다. 특히 야생동물은 약함을 숨기는 쪽을 선택한다. 그 침묵이 길어질수록 고통은 뒤늦게 발견된다. 현장에서 그 시간을 앞당기려는 시도가 한 권의 기록으로 나왔다.

최근 동물원과 야생동물 보호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전시 위주의 운영, 좁은 사육 환경, 반복되는 스트레스가 누적되면서 “동물을 보여주는 공간”이 아니라 “동물을 책임지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특히 늙고 다친 동물이 눈에 잘 띄지 않는 뒤쪽 공간으로 밀려나거나 치료 시기가 늦어지는 현실은 동물복지의 사각지대로 지적돼 왔다.

문제는 야생동물의 특성 자체가 고통을 더 숨기게 만든다는 데 있다. 야생에서 부상과 질병은 경쟁에서의 탈락을 뜻하기 때문에, 동물은 본능적으로 아픈 티를 감춘다. 그래서 ‘감동적인 구조’보다 중요한 건 평소의 관찰과 빠른 진료, 그리고 “아프기 전에 알아채는 시스템”이라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나온다.

이 지점에서 청주동물원 김정호 수의사의 에세이 『아프다고 말해주면 좋겠어』가 출간됐다. 김해 실내 동물원에서 갈비뼈가 드러난 채 숨을 몰아쉬던 사자 ‘바람이’를 구조해 사회적 관심을 모았던 저자는, 동물원을 싫어하던 수의사로서 동물원 안에서 변화를 만들어온 과정을 기록했다. 책은 전시 공간이 야생동물 보호소이자 치료소로 기능을 바꿔가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난 동물들의 삶을 따라간다.

책 속에는 햇빛 한 줌 없는 실내 우리에서 버티던 사자, 뜬장에서 나고 자라 웅담 채취용으로 길러진 사육곰, 날개를 다쳐 날지 못한 독수리 같은 동물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동물이 ‘죽고 사는 결과’보다 ‘사는 동안 고통을 덜 겪게 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주면 좋겠어”라는 문장은, 말 없는 환자의 신호를 먼저 읽어내야 한다는 책임의 언어로 확장된다.

이 기록이 던지는 질문은 결국 사람에게도 닿는다. 귀엽고 건강한 존재만이 아니라, 늙고 장애가 있는 존재도 편안히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은 공동체가 약자를 대하는 방식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동물의 고통을 줄이는 일이 한 개인의 선행이 아니라 사회의 기준을 바꾸는 일로 읽히는 이유다.

말하지 못하는 고통을 먼저 알아채려는 노력은 동물원을 넘어, 우리가 어떤 공동체로 살 것인지까지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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