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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밤을 건너, 연결의 빛으로 『오로라를 따라간 푸트만스 씨』 출간(헨드릭 흐룬, 드롬)

숫자로 버티던 삶이 오로라 앞에서 흔들린다

장세환2026년 1월 5일 오후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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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를 따라간 푸트만스 씨.jpg출판사 제공

평생 숫자로 세상을 읽어온 회계사 푸트만스가 어머니의 죽음 이후, 스스로의 삶을 다시 세우기 위해 북유럽 오로라 여행길에 오른다. 드롬이 펴낸 헨드릭 흐룬의 신작 『오로라를 따라간 푸트만스 씨』는 12일간의 버스 여행을 통해 상실과 고립이 어떻게 타인의 체온과 유머로 바뀌는지를 따라간다. 비극을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웃음이 삶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순간을 또렷하게 포착한다.

주인공 푸트만스에게 세상은 계산 가능한 값이어야 안전하다. 사람과의 거리는 숫자로 환산하고, 관계의 복잡함은 가능한 한 피한다. 그에게 남아 있던 유일한 예외가 어머니였는데, 그 어머니가 떠나면서 삶의 요새가 무너진다. 절망의 바닥에서 푸트만스를 일으킨 건 마지막 당부 한 줄이다. “너 자신을 위해 멋진 여행을 떠나라”.

그가 선택한 건 오로라 버스 여행이다. 낯선 이들과 좁은 공간을 공유해야 하고, 일정도 길다. 여행지의 풍경보다 사람의 소음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인물에게 이 여정은 고역에 가깝다. 그런데 소설은 그 불편을 ‘극복 서사’로 포장하지 않는다. 대신 불편한 상태 그대로, 사람의 온기가 스며드는 속도를 그린다. 말 걸기 싫어하는 사람이 어쩔 수 없이 대화를 듣게 되고, 혼자 있고 싶던 사람이 타인의 사정을 알게 된다. 그 과정에서 숫자로는 환산할 수 없는 것들이 남는다.

헨드릭 흐룬 특유의 위트는 상실을 가볍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웃음이 있어야 슬픔의 결이 더 선명해진다는 걸 보여준다. “어둠이 짙어야 오로라를 본다”는 문장은 이 소설의 방향을 압축한다. 억지로 희망을 끌어올리기보다, 삶의 존엄과 결단을 조용히 묻는다. 나는 어떤 방식으로 버티고, 누구와 어떤 거리를 두며 살아왔는가.

이 책은 ‘특별한 사람’의 이야기라기보다, 누구나 마음속에 숨겨둔 서툰 고립의 얼굴을 호출한다. 여행의 끝에서 오로라가 남는지, 사람의 목소리가 남는지는 독자마다 다를 것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상실 이후에도 삶은 계속되고, 그 다음 걸음은 때로 낯선 타인과의 작은 마찰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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