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상세

newbooks

『책의 등뼈가 마지막에 남는다』 출간(샤센도 유키, 블루홀식스)

불태워도 사라지지 않는 이야기의 뼈를 꺼내 든다

장세환2025년 12월 29일 오후 2:18
854

책의 등뼈가 마지막에 남는다.jpg출판사 제공

잔혹함과 아름다움이 한 장면에서 동시에 번쩍인다. 익숙한 추리의 규칙을 밟아 들어가다가도, 다음 순간 동화의 표정을 한 공포가 손목을 잡아끈다. 블루홀식스가 일본 작가 샤센도 유키의 호러 미스터리 단편집 『책의 등뼈가 마지막에 남는다』를 내놓았다.

이 책은 7편의 단편으로 ‘기괴함의 결’을 정교하게 바꿔가며 달린다. 표제작은 특히 날카롭다. 종이책을 금지한 나라에서 이야기를 포기하지 못한 사람들은, 종이 대신 인간을 ‘책’으로 만든다. “책을 불태우는 것이 최고의 오락”이라는 문장이 앞질러 달려가고, 독자는 그 문장 뒤에 숨은 세계의 규칙을 따라가며 서늘함을 주워 담게 된다.

샤센도 유키는 본격 미스터리와 실험적 형식을 오가며 이름을 알려왔지만, 이번 책은 ‘호러 작가’로서의 얼굴을 전면에 세운다. 2020년부터 일본 호러 앤솔러지 ‘이형 컬렉션’에 연속 참여하며 쌓아온 단편 중 6편에 신작 1편을 더해, 한 권의 밀도로 묶었다. 그로테스크한 장면은 자극으로만 소비되지 않고, 이야기가 인간의 몸을 빌릴 때 무엇이 남는지 끝까지 묻는다.

수록작의 분위기는 한 가지로 고정되지 않는다. 「도펠예거」는 균열 난 자아를, 「통비(痛妃) 혼인담」과 「금붕어 공주 이야기」는 잔혹동화의 문법을 빌려 환상을 비틀고, 「데우스 엑스 테라피」는 치료라는 말이 가진 신뢰를 뒤집어 놓는다. 무대가 달라져도 공통점은 명확하다. 결국 남는 건 ‘사건의 해답’만이 아니라, 사건을 가능하게 만든 세계의 윤리와 폭력의 방식이다.

책의 물성도 눈에 띈다. 누드 제본 도서로 제작되어 ‘겉을 벗긴 채 남는 것’이라는 제목의 감각을 실물로 이어붙인다.번역은 김은모가 맡았다. 미스터리의 추리를 좋아하지만, 이번에는 아름다움과 잔혹이 같은 그림자처럼 붙어 있는 이야기까지 건너가 보고 싶은 독자라면 이 단편집이 확실한 발판이 된다.

마지막에 남는 건 반전이 아니라 등뼈다.

관련 기사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6월 10일 오후 3:56
8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6월 10일 오후 3:52
11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6월 10일 오후 3:45
8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