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상세

newbooks

상실 이후에도 삶은 계속 달린다 『기차의 꿈』 출간(데니스 존슨, 다산책방)

1917년 산불 이후, 한 남자의 고독한 생을 압축한 모던 클래식

장세환2025년 12월 26일 오후 5:19
935

기차의 꿈.jpg출판사 제공

다산책방이 데니스 존슨의 대표작 『기차의 꿈』을 김승욱 번역으로 국내에 선보였다. 1917년 여름, 산불로 사랑하는 모든 것을 잃은 로버트 그레이니어의 일생을 따라가며 상실과 고독, 그리고 살아남는 일의 감각을 조용히 비춘다. 이 작품은 단편으로 발표된 뒤 문학상 수상과 ‘올해의 책’ 선정, 퓰리처상 최종 후보 지명 등으로 오래도록 회자돼 왔다. 빠르게 변하는 문명 곁에서 느리게 흐르는 한 인간의 시간을 통해, 우리가 감당해야 할 슬픔의 크기를 묻는다.

『기차의 꿈』은 ‘큰 사건’보다 ‘남은 시간’에 집중하는 소설이다. 벌목과 철도 노동으로 생계를 꾸리던 그레이니어는 산속 오두막에서 아내와 딸을 사랑하며 살지만, 한순간의 산불이 그 평범한 세계를 태워버린다. 이후 그는 사회에서 멀어진 채, 일하고 또 일하며 살아남는다. 비극을 과장하지도, 구원을 쉽게 건네지도 않는 태도가 오히려 삶의 숭고함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작품의 상징은 제목 그대로 ‘기차’다. 기차는 이동과 발전을 뜻하지만, 주인공의 삶은 오히려 멈춤과 잔향으로 채워진다. “완전히 적막한 모습으로.”라는 문장처럼, 거대한 소음과 변화가 지나가도 깨지지 않는 적막이 있고, 그 적막 속에서 기억은 오래 남는다. 상실, 고독, 노동, 기억, 미국 서부의 풍경이 한데 엮이며 짧은 분량 안에 긴 생의 주름을 만든다.

문장 또한 이 작품의 힘이다. 과장 대신 절제, 설명 대신 응시로 감정을 밀어 올린다. “나무가 우리를 친구로 대해주는 건…”이라는 말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단숨에 뒤집으며, 살아간다는 일이 결국 무엇을 건드리고 무엇을 잃는 일인지 떠올리게 한다. 기차, 제재소, 숲과 불 같은 이미지가 반복될수록, 독자는 주인공의 고독이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인간 보편의 몫임을 체감하게 된다.

출간 이후 이 작품은 여러 매체의 ‘최고의 책’ 목록에 오르며 모던 클래식으로 불려 왔다. 단편 발표로 주목받은 뒤 단행본 출간과 함께 평단의 호평을 이어갔고, 2012년 퓰리처상 최종 후보로도 거론됐다. 한 사람의 조용한 일생이 어떻게 시대의 초상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 문학이 증명하는 사례다.

『기차의 꿈』은 끝난 뒤에도 계속되는 사랑과, 끝내 남는 사람이 견뎌야 할 하루를 가장 단단한 문장으로 건넨다.

관련 기사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6월 10일 오후 3:56
8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6월 10일 오후 3:52
11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6월 10일 오후 3:45
8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