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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없는 마을의 규칙이 깨진 날”, 『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완전 개정판)』 출간(황세연, 북다)

1998년 시골 마을에서 벌어진 2일의 소동, 유머와 반전으로 뒤집는 한국식 시골 미스터리

장세환2025년 12월 26일 오후 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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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jpg출판사 제공

사람이 죽으면 마을은 보통 조용해진다. 그런데 여기는 반대로 더 시끄러워진다. 충청도 칠갑산 아래, 6가구뿐인 장자울이 배경이다. 10년 연속 ‘범죄 없는 마을’ 타이틀을 눈앞에 둔 순간, 한 번의 실수가 공동체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는다.

『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완전 개정판)』은 한국적인 시골 미스터리의 힘을 정면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에서 583편 가운데 만장일치로 대상을 받았고, 한국추리문학상 대상까지 휩쓸며 독자들에게 강하게 각인됐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같은 반응이 이어지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고, 이번에는 완전 개정판으로 돌아왔다.

이야기의 발화점은 단순하다. 팔희가 이웃집 남자를 도둑으로 착각해 그만 죽이고 만다. 조카 은조를 혼자 두고 감옥에 갈 수 없다는 두려움이 먼저 튀어나오고, 팔희는 실족사로 위장하려 한다. 그런데 그 시체가 사라진다. 두 시간 뒤, 시체는 이장네 트럭에 치인 채 발견된다. 마을의 평판을 지키려는 욕망이 그다음 선택을 밀어붙인다.

여기서부터 작품은 ‘공동체’의 얼굴을 드러낸다. 옆집 수저 개수까지 안다는 사람들, 서로의 사정을 너무 잘 알아서 더 쉽게 묶이고 더 쉽게 숨긴다. 마을 사람들은 범죄 경험이 없어 서툴고, 그래서 더 많은 흔적을 남긴다. 그 허술함이 곧 웃음이 되고, 웃음은 다시 불안으로 바뀐다. 이 소설이 블랙 코미디로 읽히는 이유다.

추리소설로서의 설계도 단단하다. 초반에 깔린 복선이 뒤로 갈수록 회수되고, 사건이 풀리는 듯하면 또 다른 수수께끼가 모습을 드러낸다. 내가 죽인 시체, 우리가 불태운 시체가 다음 날 장례식장 안치소에서 ‘온전한 상태’로 다시 발견되는 장면은 이 작품의 기둥이다. 독자는 “귀신 곡할 노릇”이라는 말이 농담인지 진짜인지 끝까지 흔들리며 따라가게 된다.

작가 황세연의 이력도 작품의 질감을 설명한다. 충남 청양에서 나고 자랐고, 군 복무 중 겪은 강렬한 경험을 계기로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소설뿐 아니라 시나리오, 라디오, 추리 퀴즈 작업까지 두루 거친 감각이 대사와 장면 전환의 속도감으로 이어진다. “아, 돈세탁!” 같은 문장 하나가 무거운 상황에 틈을 내고, 그 틈이 곧 긴장으로 다시 닫힌다.

『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완전 개정판)』의 결론은 단순한 범인 찾기가 아니라, 평화를 자랑하던 마을이 스스로 만든 규칙에 갇혀 무너지는 과정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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