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상세

newbooks

기억은 현재를 구할 수 있는가, 『기억하기, 연대하기』 출간(5·18기념재단 5·18국제연구원, 심미안)

추념을 제도로, 재현을 질문으로, 연대를 실천으로 묶은 5·18 연구총서가 던지는 현재의 과제

장세환2025년 12월 24일 오후 3:24
858

기억하기, 연대하기.jpg출판사 제공

어떤 사회는 사건을 “끝난 일”로 정리하며 앞으로만 가려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상처가 반복되는 곳에서는, 잊는 속도가 곧 폭력의 속도로 바뀐다. 기록이 사라지고 기념이 비어 버리면, 누군가는 다시 침묵을 강요받는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건 과거를 붙잡는 집착이 아니라, 기억이 현재를 지키는 방식 자체를 점검하는 일이다.

기억은 종종 개인의 애도에 머무는 듯 보이지만, 어느 순간 제도와 정책의 언어로 번역된다. 그 번역이 성공하면 공동체는 더 안전해지지만, 실패하면 기억은 관리와 통제의 이름으로 굳어질 수도 있다. 이 책은 “과거는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기억이 공공성을 얻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굴절을 따라간다. 책임, 기념, 계엄과 이행기의 정의를 둘러싼 논의가 단순한 역사 논쟁이 아니라 오늘의 사회 운영 방식과 맞닿아 있음을 드러낸다.

기념행사, 기념공간, 보훈 체계는 기억을 보존하는 동시에 특정한 의미를 선택한다. 선택된 의미는 다시 사람들의 감정과 행동을 규정한다. 책은 5·18민주화운동의 보훈화 과정, 기념행사의 커먼즈화와 공공성 논쟁을 짚으며, 기념이 공공재로 확장될 때 생기는 역설까지 함께 다룬다. ‘모두를 위한 기념’이 되려면 무엇을 더 말해야 하고,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지 묻는다.

기억은 늘 ‘어떻게 보여 줄 것인가’라는 문제를 품는다. 영화, 전시, 사진 같은 재현의 장치는 공감의 통로가 되기도 하지만, 정서만 남기고 맥락을 지워 버리기도 한다. 이 책은 향수영화와 포스트메모리 논의, 5·18자유공원 전시의 리얼리즘적 재현 방식에 대한 비판적 재검토를 통해, 재현이 감동을 넘어 인식과 책임으로 이어지려면 어떤 질문이 필요할지 되짚는다.

이 모든 논의를 엮어 한 권으로 묶은 책이 『기억하기, 연대하기』다. 5·18기념재단 5·18국제연구원 연구총서 1권으로, 2023년부터 2025년까지의 연구 성과를 모았다. 기억과 제도, 기억과 재현, 기억과 연대의 3부 구성으로 이남희, 김동춘, 박경섭, 김봉국, 임경규, 손송이, 강내영, 심아정의 글을 담았다.

기억은 추억이 아니라 사회의 면역이다. 이 책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오늘의 언어로 되살리며, 우리가 무엇을 잊지 말아야 하는지보다 어떻게 연대해야 하는지를 먼저 묻는다.

관련 기사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6월 10일 오후 3:56
8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6월 10일 오후 3:52
11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6월 10일 오후 3:45
8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