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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로 살아가는 농여성』 출간(김하정 외, 밀알)

농인이자 여성으로 살아온 이들의 삶을 기록한 책

장세환2025년 12월 22일 오전 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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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로 살아가는 농여성.jpg출판사 제공

농인이자 여성으로 살아온 이들의 삶을 수어의 언어적·문화적 맥락 속에서 기록한 『수어로 살아가는 농여성』이 출간됐다. 이 책은 농여성을 ‘도움이 필요한 대상’이 아니라, 각자의 언어로 삶을 선택하고 관계를 만들어온 주체로 조명한다. 수어를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이 아니라 세계를 인식하고 감정을 표현하며 연대하는 삶의 언어로 다루는 점이 책의 중심을 이룬다.

이 책에 담긴 농여성들의 이야기는 사랑, 노동, 양육, 이동, 성과 같은 삶의 장면을 구체적으로 따라간다. “수어로 살아간다”는 말이 일상의 기술을 넘어 정체성과 문화의 자리로 확장되는 과정이 드러난다. 동시에 청인 중심 사회가 농여성의 경험을 어떻게 보이지 않게 만들었는지, 무엇이 ‘침묵’으로 오해되어 왔는지도 질문한다.

구성은 5부로 짜였다. 1부 ‘도전하는 농여성’에서는 유튜버, 철인3종 도전, 사회적기업가의 꿈 등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해 온 경험이 이어진다. 2부는 코드스위칭, 명예청인 같은 키워드를 통해 농여성이 겪는 경계의 감각과 정체성의 복합성을 살핀다. 3부는 양육의 자리에서 마주하는 선택과 관계를, 4부는 국경을 넘는 경험을, 5부는 성과 몸에 대해 말하기 어려웠던 주제를 정면으로 다루며 ‘말할 권리’ 자체를 확장한다.

여러 필자의 목소리가 모인 이 책의 미덕은 농여성의 삶을 극복 서사로 단순화하지 않는 데 있다. 차별과 불편을 말하되 삶 전체를 상처로 환원하지 않고, 노동과 관계, 욕망과 웃음, 저항과 연대가 공존하는 ‘살아 있는 삶’을 남긴다. 농여성 당사자의 언어로 기록된 이 작업은 농사회 내부의 다양성은 물론 언어, 젠더, 장애의 교차성을 고민하는 독자에게도 중요한 단서가 된다.

『수어로 살아가는 농여성』은농여성의 삶을 이해하는 책이면서, 우리가 타인의 삶을 어떤 언어와 시선으로 듣고 읽어야 하는지 되묻는 기록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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