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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예능은 웃고 떠드는 시간처럼 보이지만, 누가 중심에 서고 누가 지워지는지까지 함께 설계된 장르다. 방송문화진흥회가 엮은 『예능, 특권을 정당화하다』는 “좋은 방송을 만들기 위해 대중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취지로 운영돼 온 ‘시민의 비평상’ 28회 작품을 한 권으로 묶은 책이다. 이번 작품집에는 비평문 39편이 수록됐다. 드라마, 예능, 다큐멘터리는 물론 공개 코미디 코너, 시사 프로그램, 영어 뉴스까지 폭넓게 다루며, 시민이 직접 방송을 읽고 해석한 기록을 남긴다.
책의 중심에는 최우수작 이상호의 「예능, 특권을 정당화하다」가 있다. 글은 JTBC <최강야구>를 ‘회귀 서사’로 읽어내며, 시즌을 거듭하는 동안 만들어진 영웅의 구조가 어떻게 상대팀을 주변화하고, 공평한 경기처럼 느끼게 만드는 착시를 생산하는지를 추적한다. 관객이 환호하는 순간, 편집과 연출이 무엇을 보이게 하고 무엇을 가리는지, 스포츠 예능의 “재미”가 어떤 방식으로 특권을 정상으로 만들어 버리는지를 묻는다.
우수작으로 선정된 글들도 한 방향을 공유한다. MBC <강연자들>을 다룬 「치유인가, 마취인가」는 위로의 언어가 개인화된 고통을 ‘자조’로 돌려놓는 장면을 해체하며 공조의 상상력을 요구한다. EBS 다큐 <우리는 선생님입니다>를 비평한 「배우고 돌보면 즐겁지 아니한가」는 교육의 내일을 돌봄의 시선으로 붙잡고, KBS <다큐 인사이트: 인재전쟁>을 읽은 「불이 꺼지지 않는 두 도시 이야기」는 ‘인재’라는 구호가 남기는 사회적 비용과 그 이후를 냉정하게 바라본다.
이 책의 매력은 비평을 “정답 찾기”가 아니라 “여백 채우기”로 다룬다는 데 있다. 작품이 던진 질문을 시민의 언어로 다시 붙잡고, 방송이 만들어내는 감정과 윤리, 공감과 배척의 경계선을 드러낸다. 결국 『예능, 특권을 정당화하다』는 화면 밖에서 시청자가 수행하는 또 하나의 제작이다. 더 좋은 방송을 바라는 사람들의 문장이, 다음 편집의 기준을 흔드는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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