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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는 처벌의 끝이 아니라 변화의 시작이다, 『백년의 교도소』 출간(유주영, 지식의날개)

교정시설을 ‘평생교육기관’으로 다시 읽는 100년의 기록과 쟁점

장세환2025년 12월 22일 오전 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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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교도소.jpg출판사 제공

감옥은 죄인을 가두는 곳으로만 기억되기 쉽다. 그러나 수용자는 언젠가 사회로 돌아와 다시 이웃이 된다. 유주영은 신간 『백년의 교도소』에서 교도소를 형벌의 장이 아니라 교정교육과 재사회화를 수행하는 교육기관으로 바라보자고 제안한다. 전근대 감옥에서 현대 교정시설까지의 변천을 따라가며, 오늘의 과밀수용과 학습권 논쟁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묻는다.

책은 ‘교도소(矯導所)’라는 이름 자체가 던지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바로잡아 이끄는 곳’이라는 뜻이 현실에서 얼마나 작동했는지, 그리고 무엇이 그 기능을 막아왔는지 추적한다. 특히 1961년 ‘형무소’에서 ‘교도소’로 명칭이 바뀐 배경을 짚으며 응보행형에서 교육행형으로의 전환을 한국 교정정책의 핵심 축으로 정리한다. “수용자는 언젠가 사회로 돌아온다”는 문장이 이 책 전체를 끌고 간다.

역사 파트는 교정교화가 서구의 수입품만은 아니었다는 지점을 또렷하게 보여준다. 조선의 원형옥 구조, 남녀 분리 수용의 시행 같은 사례를 통해 ‘통제’만이 아니라 ‘인권’과 ‘질서’가 섞여 있던 전통의 얼굴을 복원한다. 교정기관을 둘러싼 어두운 이미지가 현실을 외면하게 만든다는 문제의식도 함께 제기한다. 교도소가 사회 바깥에 있는 섬이 아니라, 사회가 스스로 만든 거울이라는 주장이다.

현대 교정의 병목으로는 과밀수용과 엄벌주의의 확산을 전면에 놓는다. 책은 2023~2024년 기준 한국 교정시설 수용률이 125.3%로 나타났다고 소개하며, 과밀이 교정교육의 성과를 갉아먹는 구조를 설명한다. 처벌의 강도만 높아질수록 현장은 더 붐비고, 교육과 치료, 직업훈련은 더 밀려난다. 1988년 지강헌 사건의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왜 교정의 역사에서 반복 호출되는지도, 그 문장이 단순한 구호를 넘어 교정의 신뢰 문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해석한다.

해외 사례는 ‘학습권’이 이상론이 아니라 제도로 설계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장치로 활용된다. 브라질의 독서 감형 제도(연간 12권 독서 시 형기 감경), 페루의 독서 조건 집행유예 판결 같은 사례를 통해 교도소를 학습의 장으로 바꾸는 것이 재범 방지와 공동체 회복에 연결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교정교육을 비판하는 시선이 존재한다는 점도 숨기지 않되, 장기적으로는 사회 안전에 기여한다는 논리를 촘촘히 쌓는다.

저자 유주영은 대구교육대학교 교수로, 교정교육과 성인교육, 교육격차를 연구해 왔다. 『백년의 교도소』는 교도소를 ‘사람을 가두는 곳’이 아니라 ‘사람을 다시 꺼내는 곳’으로 재정의하려는 시도다. 처벌과 용서의 감정 싸움에 갇히지 않고, 교정기관을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연결해 사고하도록 만든다. 교도소의 문이 몇 겹이든, 사회로 돌아오는 길의 문은 결국 우리 모두가 함께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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