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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손맛이 만든 빨간 떡볶이 한 접시, 『느릿느릿 할머니의 빨간 떡볶이』 출간(유진, 한림출판사)
유진 작가가 느릿느릿 떡볶이를 만드는 할머니와 손님들의 소동을 통해 기다림과 정성의 리듬을 그린다.

출판사 제공
떡볶이집에 손님은 몰려오고 주문은 쌓이는데, 할머니는 조금도 서두르지 않는다. 유진 작가의 『느릿느릿 할머니의 빨간 떡볶이』는 급할 것 없는 속도로 정성스럽게 떡볶이를 만드는 할머니의 하루를 그린 그림책이다. 한림출판사가 펴낸 이 책은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보며 기다림과 정성, 음식의 리듬을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다.
느릿느릿 할머니의 빨간 떡볶이집은 오늘도 영업 중이다. 하나둘 손님들이 찾아오고, 주문은 계속 쌓인다.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가게 안은 조급함으로 가득할 것이다. 그러나 할머니는 천천히, 자기 속도로 떡볶이를 만든다. 아이들은 “언제 나와요?” 하고 궁금해할 수 있고, 어른들은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잊고 지낸 느린 손맛을 떠올릴 수 있다.
이야기의 재미는 손님들이 결국 가게 일을 거들게 되는 데서 생긴다. 기다리다 지친 손님들은 불평만 하지 않고 직접 움직인다. 떡볶이가 언제 나올지 모르는 상황은 작은 소동이 되지만, 그 소동은 서로를 밀어내는 갈등보다 함께 만드는 놀이에 가깝다. 한 그릇의 떡볶이는 할머니 혼자만의 음식이 아니라 가게 안 사람들의 시간이 섞인 결과가 된다.
책의 매력은 시각화한 소리와 리듬감에도 있다. 떡볶이가 끓는 소리, 손님들이 움직이는 소리, 가게 안의 분주함과 할머니의 느린 호흡이 그림 속에서 리듬처럼 살아난다. 빨간 떡볶이라는 친근한 음식은 아이들에게는 군침 도는 장면이 되고, 어른들에게는 동네 분식집의 기억을 불러오는 매개가 된다.
이 그림책은 빠른 속도가 늘 좋은 것인지 묻는다. 빨리 나오고 빨리 먹고 빨리 떠나는 세상에서, 느릿느릿 할머니는 정성과 기다림의 가치를 보여준다. 기다림은 지루함이 아니라 함께 시간을 나누는 과정이 될 수 있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통해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상상하고, 어른들은 그 속도 안에서 오래된 정서를 발견한다.
유진 작가는 『똑같아요』, 『재미있게 먹는 법』, 『드로잉 탐정단』, 『수영장에 간 아빠』, 『놀이터에 간 아빠』, 『조립왕 장렬이』, 『듣고 싶은 말』 등 여러 어린이책을 써 왔고, 『겁이 나는 건 당연해』 등에 그림을 그렸다. 『느릿느릿 할머니의 빨간 떡볶이』는 빨간 양념과 느린 손길, 기다리는 사람들의 소리를 통해 함께 먹는 즐거움을 전하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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