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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소리를 듣는 음악가의 피아노 사유, 『피아노로의 여정』 출간(사카모토 류이치, 프란츠)
사카모토 류이치가 피아노의 울림과 기원, 노이즈와 시간의 문제를 대화 형식으로 탐구한다.

출판사 제공
피아노는 완전한 악기처럼 보이지만, 사카모토 류이치에게 그것은 조율할 수 없는 불편함과 사라지는 소리의 애처로움을 함께 품은 악기였다. 『피아노로의 여정』은 그가 피아노라는 악기와 음악, 울림과 시간의 문제를 깊이 이야기한 책이다. 프란츠가 펴낸 이 책은 사카모토 류이치와 이토 노부히로, 아가리오 신야가 나눈 대화를 통해 피아노의 감각과 역사를 따라간다.
1부 ‘조용하고 약한 음악으로’는 피아노를 둘러싼 사카모토 류이치의 사유를 전한다. ‘울림을 향한 관심’, ‘망가진 미학의 충격’, ‘조율을 그만둔 스타인웨이’, ‘쇼팽의 흔들림’, ‘굴드는 왜 노래하는가’ 같은 항목들은 피아노를 깨끗하고 완전한 소리의 악기로만 보지 않게 한다. 망가짐과 노이즈, 흔들림과 감쇠는 결함이 아니라 음악을 살아 있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특히 “피아니스트가 되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어요”라는 항목은 사카모토 류이치가 피아노와 맺은 관계를 상징한다. 그는 피아노를 직업적 정체성의 도구로만 다루지 않았다. 들으며 연주하고, 듣기 위해 연주하는 태도 속에서 피아노는 연주 기술보다 귀와 시간의 문제로 확장된다. ‘무시간의 음악’, ‘영원히 지속되는 소리에의 동경’은 사라지는 소리를 붙잡고자 했던 그의 미학을 보여준다.
2부 ‘피아노의 기원을 찾아서’는 피아노를 역사 속으로 밀어 넣는다. 수압 오르간 히드라울리스, 카리용과 클라비침발룸, 쳄발로와 클라비코드, 12음계와 건반의 규격화가 차례로 등장한다. ‘두드리기’, ‘긁기’에서 ‘멈추기’로 이어지는 설명은 피아노가 단순히 아름다운 음색의 악기가 아니라 금속가공과 기계 기술, 유럽적 발상과 귀의 훈련이 결합된 결과임을 보여준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1978년 솔로 앨범으로 데뷔했고 같은 해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를 결성했다.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로 영국 아카데미 음악상을, 「마지막 황제」로 아카데미 작곡상과 그래미상을 받았다. 삼림 보전과 탈원전 활동, 도호쿠 유스 오케스트라 창단 등 사회적 실천도 이어갔다. 투병 중에도 음악을 만들었고, 2023년 3월 세상을 떠났다.
『피아노로의 여정』은 한 음악가의 악기론이자, 사라지는 소리를 어떻게 들을 것인가에 관한 사유다. 피아노의 울림은 건반을 누르는 순간보다 그 소리가 사라져 가는 시간 속에서 더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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