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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 청년과 작은 악마가 나누는 비밀 거래, 『악마는 열심히 산다』 출간(김화진, 민음사)
김화진 작가가 고립된 마음과 다시 연결되는 가능성을 은둔 청년 가영과 작은 악마 Z의 이야기로 그린다.

출판사 제공
고립은 언제나 조용히 시작된다. 사람과의 연결이 줄어들고, 마음의 방향을 잃고, 자신이 무엇을 원했는지조차 흐릿해지는 시간 속에서 한 인물은 스스로를 닫아건다. 김화진 작가의 장편소설 『악마는 열심히 산다』는 은둔 청년 가영과 작은 악마 Z의 비밀스러운 거래를 통해, 고립된 마음이 다시 세계와 맞닿을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하는 작품이다. 민음사가 펴낸 이 소설은 제47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 작가 김화진의 신작 장편이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가영이 있다. 그는 세상과 거리를 둔 채 살아가는 은둔 청년이다. 그런 가영 앞에 나타나는 존재가 작은 악마 Z다. 악마라는 이름은 공포나 파멸을 먼저 떠올리게 하지만, 이 작품에서 Z는 단순한 유혹자나 위협으로만 읽히지 않는다. 오히려 가영이 외면해 온 마음, 진짜로 원했던 것, 다시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은 욕망을 비추는 기묘한 장치에 가깝다.
이 소설의 흥미로운 지점은 ‘거래’라는 설정이다. 악마와의 거래는 대개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중요한 것을 내놓는 구조로 작동한다. 그러나 『악마는 열심히 산다』에서 그 거래는 가영을 더 깊은 고립으로 밀어 넣기보다, 자신이 무엇을 잃고 무엇을 바랐는지 마주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악마가 열심히 산다는 제목 역시 역설적이다. 정작 삶에서 물러선 사람 앞에, 삶을 움직이게 만드는 작은 악마가 나타난다.
작품은 고립을 개인의 나약함으로만 보지 않는다. 자신이 진짜로 원했던 것을 잊어버린 사람, 타인과의 관계를 두려워하게 된 사람, 다시 시작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 사람의 마음을 따라간다. 연결은 거창한 회복이나 완전한 치유로 단번에 오지 않는다. 비밀스러운 거래처럼, 아주 작은 틈과 낯선 만남에서 시작된다.
김화진은 오늘의 작가상 수상 이후 동시대 청년의 감정과 관계를 섬세하게 포착해 온 작가다. 이번 장편은 현실의 고립을 악마라는 비현실적 존재와 결합해, 마음의 어두운 방을 다른 방식으로 열어 보인다. 독자는 가영과 Z의 관계를 따라가며 묻게 된다. 내가 오래 외면했던 욕망은 무엇이었는가, 그리고 다시 연결되기 위해서는 어떤 이상한 손길이 필요할까.
『악마는 열심히 산다』는 악마의 이야기를 빌렸지만 결국 사람의 이야기다. 혼자라고 믿었던 마음 앞에 낯선 존재가 나타날 때, 삶은 다시 조금 움직인다. 소설은 그 작은 움직임을 따라가며 고립과 욕망, 회복과 연결의 가능성을 조용히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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