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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이 로맨스를 비틀면, 『고백은 이미 본 장면』 출간
『회색 인간』 김동식이 로맨스를 주제로 22편의 초단편소설을 선보인다.

출판사 제공
사랑은 설레야만 사랑일까. 요다가 출간하는 김동식의 『고백은 이미 본 장면』은 이 질문을 22편의 초단편소설로 밀어붙이는 로맨스 모음집이다. 『회색 인간』으로 40만 독자를 사로잡은 작가는 사회의 어두운 면을 향하던 날카로운 시선을 이번에는 로맨스로 돌린다. 다만 그가 다루는 로맨스는 익숙한 고백과 해피엔딩의 장르가 아니다.
김동식표 로맨스는 설정부터 기존 공식을 흔든다. ‘나를 만나면 당신은 일찍 죽어’, ‘상대를 백 번 설레게 해야 살 수 있는 사람’, ‘평생을 차일 운명에 처한 남자의 인생 역전’ 같은 발상은 사랑을 감정의 문제에서 조건과 규칙, 위험과 선택의 문제로 바꾸어 놓는다. 사랑은 아름답지만, 때로는 대가를 요구하고 생존을 시험한다.
목차의 제목들은 책의 방향을 잘 보여 준다. 「사랑한다는 흔한 말」은 가장 익숙한 고백의 언어를 다시 의심하게 만들고, 「연애 심사」는 사랑이 평가와 자격의 문제로 변질될 수 있음을 떠올리게 한다. 「안드로이드와 사랑 현상금」과 「사랑에 빠지는 로봇」은 인간의 감정과 기술적 존재가 만났을 때 사랑의 기준이 어디에 놓이는지 질문한다.
「국가 지급 냉장고」와 「뱀파이어는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는가」 같은 제목은 김동식 특유의 엉뚱한 상상력을 보여 준다. 로맨스와 멀어 보이는 소재가 사랑 이야기와 결합하면서, 독자는 웃음과 당혹감 사이에서 장르의 경계를 다시 보게 된다. 「수명이 줄어드는 사랑」과 「설렘 백 번」은 사랑의 감정을 시간과 생명의 문제로까지 밀어붙인다.
김동식은 2006년 서울로 와 성수동의 한 주물 공장에서 10년 동안 일했고, 2016년부터 온라인에 창작 소설을 올리기 시작했다. 독자들의 지지 속에 『회색 인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13일의 김남우』 등을 펴냈고, 등단 5년 만에 1000편이 넘는 소설을 창작했다. 짧고 강한 설정으로 독자를 붙잡는 힘은 이번 책에서도 중심이 된다.
『고백은 이미 본 장면』은 로맨스가 설 자리를 잃은 시대에 사랑을 다시 묻는다. 사랑은 상대를 궁금해하는 것일까, 설렘을 증명하는 것일까, 아니면 끝내 위험을 선택하는 일일까. 초단편의 길이는 짧지만, 김동식이 남기는 질문은 결코 짧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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