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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납’이라는 이름의 수탈, 『일제 말 조선인 국방헌납』 출간

김인호가 일제 말 침략전쟁기 조선에서 벌어진 국방헌납의 실체와 조선인의 복잡한 대응을 추적한다.

언론출판독서TV2026년 6월 17일 오후 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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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말 조선인 국방헌납
📖 도서 정보

일제 말 조선인 국방헌납

저자
김인호
출판사
역사공간
발행일
2026-05-31
ISBN
9791157076659
정가
34,200원
도서 상세 보기

‘헌납’이라는 이름의 수탈, 『일제 말 조선인 국방헌납』 출간출판사 제공

‘미담’처럼 포장된 기사 뒤에는 전쟁을 떠받친 수탈의 장치가 숨어 있었다. 역사공간이 출간하는 김인호의 『일제 말 조선인 국방헌납』은 일제 말 침략전쟁기 조선에서 ‘헌납’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진 각종 동원과 수탈의 실체를 추적한 연구서다. 총독부가 자발적 참여로 홍보했던 국방헌금과 군용기, 병기, 위문대, 동식물 헌납은 실제로는 막대한 부담이자 위장된 공출이었다.

저자 김인호는 지난 20여 년간 일제의 폐품회수, 금속회수, 마정계획 등을 추적해 온 연구자다. 도쿄경제대학 경제학부 객원연구원 등을 거쳐 현재 동의대학교 기초교양학부 한국사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방대한 자료와 「대한민국 신문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국방헌납의 규모와 작동 방식을 정리한다.

1장 ‘국방헌금’은 돈이 어떻게 충성의 언어로 바뀌었는지를 보여 준다. 중일전쟁기 휼병금 모집과 태평양전쟁기 국방헌금의 실상을 비교하며, 총독부 보고와 실제 추계 사이의 간극을 드러낸다. 헌금은 자발적 기부처럼 보였지만, 전쟁이 깊어질수록 조직과 지역, 직역을 통해 더 촘촘하게 압박되는 동원 방식으로 변했다.

책의 핵심은 군용기헌납이다. 자료에 따르면 국방헌납의 90퍼센트 이상을 군용기 헌납이 차지했다. ‘목표는 100기, 현실은 54기’라는 항목은 구호와 현실 사이의 차이를 보여 준다. ‘제1차 미영격멸 비행기 100기 헌납운동’과 ‘제2차 미영격멸 비행기 200기 헌납운동’은 전쟁 말기로 갈수록 숫자가 커지고 압박도 거세졌음을 말해 준다.

금속헌납과 마량용 건초 헌납은 수탈의 범위가 얼마나 넓었는지를 보여 준다. 유기헌납이 강제적 금속 공출로 이어지고, 말의 먹이인 건초까지 국방헌납의 핵심으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생활 도구와 농촌의 노동은 전쟁 체제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병참기지화된 조선의 현실은 군수공장뿐 아니라 집 안의 그릇과 들판의 풀까지 건드렸다.

닫는 글의 제목은 ‘솔선하는 자, 눈치 보는 자, 생색내는 자’다. 이는 저자가 국방헌납을 피해와 강제의 단순한 구도로만 보지 않음을 보여 준다. 강제적 할당 속에서도 조선인들은 두려움과 계산, 체면과 생존의 조건 속에서 서로 다르게 대응했다. 『일제 말 조선인 국방헌납』은 미소 띤 ‘헌납’의 얼굴 뒤에 놓인 전쟁 동원의 실체와 그 시대를 산 사람들의 복잡한 속내를 함께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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