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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성의 두 얼굴 『내 안의 유인원』(프란스 드 발 지음, 이충호 옮김, 빌리버튼)
침팬지의 폭력성과 보노보의 공감 사이에서 인간을 다시 묻다
출판사 제공
세계적인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발의 저서 『내 안의 유인원』이 한국어판으로 출간됐다. 이 책은 인간 본성의 기원을 철학적 사유가 아닌 과학적 관찰에서 찾으며, 침팬지와 보노보라는 두 유인원의 상반된 생태를 통해 인간의 복잡한 본성을 탐구한다.
침팬지는 권력 투쟁과 폭력적 행동으로 잘 알려져 있다. 드 발은 아른험 동물원에서 관찰한 침팬지 무리의 사례를 통해, 권력을 잃은 우두머리가 아기처럼 울부짖는 모습이 인간 사회의 정치적 몰락과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집단 폭행과 살해 장면은 인간 사회에서 ‘희생양’을 지목해 배척하고 공격하는 행위와 겹쳐진다. 이러한 관찰은 인간이 폭력과 혐오를 통해 내집단의 결속을 강화하는 본능을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인간은 침팬지와 똑같이 보노보의 유전자를 공유한다. 보노보는 갈등을 친밀한 접촉과 협력으로 해결하며, 낯선 개체조차 배척하지 않고 함께 길을 찾는 행동을 보인다. 드 발은 이러한 보노보의 모습에서 인간이 가진 또 다른 본성 ― 공감과 화해, 협력의 가능성 ― 을 발견한다.
책은 인간 본성을 단순히 ‘이기적 유전자’로 환원하는 기존 설명에 의문을 제기한다. 신생아가 다른 아기의 울음에 반응해 함께 우는 현상, 침팬지가 부상당한 동료를 돌보는 장면 등은 공감이 본능적으로 새겨져 있음을 보여준다. 드 발은 “자연은 우리에게 이기적 본성뿐 아니라 이타적 본성도 남겨 두었다”고 강조한다.
『내 안의 유인원』은 권력, 성, 폭력, 친절이라는 네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인간과 유인원의 행동을 비교한다. 권력 투쟁에서 나타나는 ‘나폴레옹 콤플렉스’, 성행위의 사회적 기능, 폭력이 본능이 아닌 선택이라는 주장, 그리고 공동체적 가치를 지탱하는 공감 능력까지, 다양한 사례가 과학적 관찰을 통해 제시된다.
이 책은 단순한 학술서가 아니라, 오늘날의 사회적 갈등과 전쟁의 현실 속에서 인간 본성을 다시 묻는 교양서로 읽힌다. 로버트 새폴스키는 『네이처』 서평에서 “세계의 지도자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 평했고, 데즈먼드 모리스는 “모두가 기다려온 책”이라 극찬했다.
프란스 드 발은 인간을 선악의 이분법에 가두지 않는다. 대신 침팬지와 보노보의 두 얼굴을 통해, 인간이 폭력과 공감이라는 양극단을 동시에 품은 존재임을 보여준다. 『내 안의 유인원』은 우리가 어떤 존재이며, 어떤 존재로 살아갈 수 있는지를 묻는 과학적 성찰이자, 더 나은 세계를 향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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