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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는 왜 그렇게 입었을까”, 『마네에서 바스키아까지 예술가의 옷』 출간(예민희, 시대의창)
보헤미안의 망토부터 워홀의 터틀넥까지… 옷으로 읽어내는 예술가의 삶과 철학
출판사 제공
예술가는 작품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캔버스 밖의 모습 또한 함께 소비한다. 검은 터틀넥을 입은 앤디 워홀, 도트 무늬로 자신을 감싼 쿠사마 야요이, 자유분방한 스트라이프 셔츠의 피카소처럼 예술가의 옷차림은 어느새 작품만큼 강렬한 이미지로 남았다. 『마네에서 바스키아까지 예술가의 옷』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해, 예술가들이 왜 그런 옷을 입었고 그 외양이 어떤 세계관과 철학을 드러냈는지를 탐색하는 책이다.
패션과 복식 미학을 연구해온 예민희 작가는 이 책에서 ‘옷’을 단순한 스타일이나 취향이 아닌 하나의 예술 언어로 읽어낸다. 르네상스 시대 화가들의 권위적인 복식에서부터 현대 예술가들의 젠더 실험과 스트리트 패션까지, 시대마다 달라진 예술가의 외양 속에는 사회적 위치와 예술관, 정치적 태도와 욕망이 촘촘하게 새겨져 있다는 것이다.
책은 크게 네 개 장으로 구성된다. ‘옷을 그리는 예술가’에서는 마네, 드가, 마티스, 고갱, 로트렉 등 화가들이 그림 속 복식을 어떻게 재현했는지 살핀다. 단순한 장식처럼 보였던 옷은 계급과 취향, 욕망과 시대정신을 드러내는 시각적 기호로 읽힌다. 특히 산업화 이후 도시문화가 확장되며 복식이 개인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변화하는 흐름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이어지는 장에서는 예술가가 실제로 입은 옷 자체를 하나의 철학적 선언으로 바라본다. 헐렁한 튜닉으로 몸의 해방을 말한 구스타프 클림트, 노동복에 사회주의 이념을 담은 러시아 구성주의 예술가들, 젠더의 경계를 뒤흔든 마르셀 뒤샹과 신디 셔먼까지, 옷은 단순한 외형이 아니라 사회와 맞서는 태도의 표현이 된다.
특히 이 책은 현대 미디어 시대에 예술가의 외양이 어떻게 브랜드화되는지도 주목한다. 피카소의 스트라이프 셔츠, 살바도르 달리의 과장된 콧수염과 수트, 바스키아의 스트리트 패션은 단순한 개성이 아니라 대중문화 속에서 소비되는 ‘예술가 이미지’의 일부였다. 작가는 사진과 잡지, 전시와 방송을 통해 반복 재생산된 외양이 결국 예술가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하나의 권력이 되었다고 분석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부분은 예술과 패션의 경계를 허무는 시선이다. 과거에는 패션이 ‘저급한 장식’으로 취급받기도 했지만, 오늘날 패션은 미술관과 갤러리 안으로 들어와 예술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예술가는 브랜드와 협업하고, 패션디자이너는 전시의 주체가 된다. 이 책은 그런 변화 속에서 옷이 단순한 소비재를 넘어 문화와 권력, 정체성과 욕망을 드러내는 중요한 매개임을 보여준다.
저자 예민희는 섬유를 전공하고 패션 및 복식 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대학에서 패션과 예술 전략, 패션과 문화를 강의하고 있다. 그는 옷감 한 올에도 시대와 인간의 욕망이 새겨져 있다고 말한다. 그런 시선으로 쓰인 『마네에서 바스키아까지 예술가의 옷』은 미술사와 패션사를 넘나들며 예술가를 가장 사적이고도 인간적인 방식으로 읽어내는 교양서다.
결국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예술가는 왜 그렇게 입었는가. 그리고 그 옷은 무엇을 말하고 있었는가. 책장을 덮고 나면 우리는 작품보다 먼저 떠오르는 어떤 예술가의 모습이, 사실은 치밀하게 구축된 하나의 언어였음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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