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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다시 읽는 조선의 화폭, 『옛 그림 속의 우리 나무』 출간 (박상진, 눌와)
한국 옛 그림 48점을 나무학자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미술·생태 인문서
출판사 제공
한국의 옛 그림에서 나무는 배경으로만 소비되는 경우가 많았다. 『옛 그림 속의 우리 나무』는 이 관습적 시선을 전환해, 화폭 속 나무를 그림 해석의 중심에 놓는다. 저자 박상진은 조선 시대 회화에 등장하는 나무를 단서로 계절, 공간, 생활상, 그리고 화가의 의도를 읽어낸다.
이 책은 산수화, 풍속화, 화조화, 기록화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나무가 등장하는 옛 그림 48점을 선별해 분석한다. 접근 방식은 미술사 해설이나 기법 분석이 아니라, 수목학과 생태학을 기초로 한 해석이다. 그림 속 나무의 종류, 생태적 특성, 실제 분포 지역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화폭의 장면을 재구성한다.
책의 구성은 총 5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은 ‘나무로 느끼는 그날 그곳’으로, 나무를 통해 화폭 속 계절과 시간대를 특정한다. 배롱나무, 상수리나무, 복사나무, 능수버들 등 나무의 생장 주기와 형태를 단서로, 막연했던 그림의 배경을 구체적인 시공간으로 복원한다.
2장은 ‘삶 곳곳에 함께하던 나무들’을 다룬다. 자두나무, 은행나무, 버드나무, 귤나무 등 생활과 밀접한 나무를 통해 조선 시대 사람들의 일상과 환경을 살핀다. 나무는 장식이 아니라, 식량·신앙·생활 도구와 연결된 실질적인 존재로 읽힌다.
3장에서는 나무를 화가의 의도를 드러내는 상징으로 해석한다. 소나무, 자귀나무, 매화, 진달래 등은 특정 미학과 가치관을 담아내는 매개로 등장한다. 저자는 문헌 기록과 실제 생태 특성을 교차 검토해, 상징의 기원과 변형을 짚는다.
4장은 나무를 화폭의 주연으로 삼은 작품들을 다룬다. 대나무, 치자나무, 석류나무, 동백나무 등은 배경이 아닌 중심 대상으로 등장하며, 화가의 관심과 시대적 취향을 반영한다. 이 장에서는 그림과 함께 실제 나무 사진을 병치해 비교한다.
5장은 ‘옛 그림 속 뜰과 숲’을 주제로, 정선 등 화가들의 작품을 통해 조선의 정원과 자연 경관을 원경으로 조망한다. 개인의 앞뜰에서 산과 숲에 이르기까지, 나무의 배열과 종류를 통해 당시 공간 감각과 조경 문화를 살핀다.
이 책의 특징은 그림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다. 저자는 예술적 허용으로 인해 실제 생태와 다르게 표현된 나무도 함께 짚으며, 사실과 상징의 경계를 구분한다. 이를 통해 옛 그림이 생태 자료이자 문화적 해석의 대상임을 드러낸다.
저자 박상진은 오랫동안 우리 나무와 문화재를 연구해 온 나무학자다. 이 책은 그의 연구 성과를 미술 감상이라는 영역으로 확장한 결과물로, 미술사·식물학·문화사에 걸친 교차적 시선을 취한다.
『옛 그림 속의 우리 나무』는 ‘나무’를 읽는 방식으로 옛 그림의 해상도를 높인다. 나무의 종을 구분하고 생태를 이해할수록, 조선 회화 속 풍경과 삶의 장면은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이 책은 옛 그림을 감상하는 또 하나의 해석 기준을 제시하는 교양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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