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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에너지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도시와 에너지 사이, 말하지 못한 질문들』 신간 (고영동·드러커마인드)
효율과 기술을 넘어, 도시가 감당해야 할 선택의 구조를 묻다
출판사 제공
『도시와 에너지 사이, 말하지 못한 질문들』은 도시와 에너지의 관계를 기술이나 수치의 문제가 아닌, 선택과 책임의 문제로 다시 묻는 책이다. 건축가이자 도시행정 연구자인 고영동은 이 책에서 에너지가 늘 ‘있는 것처럼’ 작동해 온 도시의 구조를 돌아보며, 그동안 말해지지 않았던 질문들을 하나씩 꺼낸다.
저자는 도시가 에너지를 관리하는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설명해야 할 선택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순간에 주목한다. 그동안 에너지는 배경처럼 작동했다. 불이 켜지고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며 지하철이 운행되는 일상은 너무 자연스러워, 무엇이 이 하루를 가능하게 하는지 질문되지 않았다. 책은 바로 이 익숙함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된 지점에서 출발한다.
『도시와 에너지 사이, 말하지 못한 질문들』은 이론 중심의 에너지 정책서와는 결을 달리한다. 석사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만났던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의 인터뷰, 현장의 감각, 그리고 저자의 고민이 날것의 문장으로 담겼다.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나 기술 해법을 제시하기보다, 도시가 무엇을 묵인해 왔고 어떤 부담을 보이지 않는 곳으로 밀어냈는지를 묻는 데 집중한다.
책의 1부와 2부는 도시와 에너지 사이의 ‘묵시적 계약’을 해부한다. 소비를 조직하는 공간으로서의 도시, 책임이 경계 밖으로 이동하는 구조, 수치로 환원된 행정의 언어 속에서 에너지가 어떻게 도시의 삶과 분리되어 왔는지를 짚는다. 저자는 탄소중립이라는 목표가 오래된 전제를 흔드는 동시에, 새로운 질문을 회피하는 방식으로도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반부에서는 에너지가 개별 건물의 성능 문제가 아닌, 구역과 단위의 문제로 확장되는 과정을 다룬다. 한 건물의 효율이 개선되어도 주변 활동이 늘어나면 에너지 수요는 다시 증가한다는 점에서, 저자는 ‘건물에서 구역으로’ 시선을 옮겨야 한다고 말한다. 여러 건물이 함께 조정될 때 비로소 현실적인 해법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후반부는 도시정부와 분산형 에너지 거버넌스의 문제로 이어진다. 중앙정부 중심의 정책만으로는 도시의 에너지 전환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 아래, 계획·허가·운영 단계에서 발생하는 균열을 분석한다. 특히 허가 절차와 운영 방식이 미래의 선택지를 어떻게 사라지게 만드는지를 구체적으로 짚는다.
『도시와 에너지 사이, 말하지 못한 질문들』은 해외 사례를 단순히 소개하지 않는다. Positive Energy District(PED)와 같은 개념 역시 기술 패키지가 아니라, 단위와 경계를 재설정하려는 도시적 시도로 읽어낸다. 저자는 개념이 곧 해답이 될 수 없으며, 전환은 언제나 느리고 갈등을 동반하는 과정임을 강조한다.
책의 마지막으로 갈수록 질문은 시민과 정책의 관계로 옮겨간다. 도시정부가 말하는 ‘인식 부족’은 실제로는 이미 학습된 행동의 결과일 수 있으며, 문제는 참여의 양이 아니라 무엇이 표준으로 만들어졌는가에 있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정책이 일상이 될 때에야 비로소 도시의 새로운 파문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도시와 에너지 사이, 말하지 못한 질문들』은 명쾌한 결론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도시와 에너지가 다시 계약을 맺을 수 있을지를 끝까지 유보된 질문으로 남긴다. 이 책은 에너지 전환을 기술적 목표가 아니라, 설명해야 할 선택의 연쇄로 바라보게 한다. 도시는 어디까지 상상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상상의 책임은 누가 감당할 것인가. 이 책은 그 질문을 독자에게 되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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