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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환자가 되는가”, 『가짜 환자』(김현아, 창비)

과잉진단과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해부하며 ‘건강’의 기준을 다시 묻다

한성욱2026년 4월 23일 오후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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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환자.jpg출판사 제공

현대 사회에서 ‘건강’은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불안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 『가짜 환자』는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김현아가 집필한 이 책은, 개인의 질병을 넘어 사회가 어떻게 ‘환자’를 만들어내는지를 구조적으로 분석한 의료 비판서다.

저자는 약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가 겪는 많은 질병이 단순한 생물학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조건과 의료 시스템이 결합된 결과라고 진단한다. 특히 과잉검사와 과잉진단, 그리고 의료 시장화가 결합된 구조 속에서 건강한 사람조차 ‘환자’로 분류되는 현실을 짚는다. 이는 단순한 의료 정보 제공을 넘어, 건강에 대한 인식 자체를 재구성하려는 시도다.

책은 ‘가짜 환자’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첫째는 필요 이상의 검사로 불안을 떠안게 되는 경우, 둘째는 과로와 스트레스 등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 질환을 개인의 문제로 떠안는 경우, 셋째는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을 질병으로 규정하는 경우다. 이 분류는 의료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목격되는 패턴을 바탕으로 한 것이며, 동시에 한국 사회의 건강 인식이 어떻게 왜곡되어 있는지를 드러낸다.

특히 주목되는 지점은 ‘노화의 질병화’다. 저자는 관절염, 요실금, 치매 등 일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신체 변화가 과도하게 의료화되는 현실을 비판한다. 이는 단순한 의학적 판단이 아니라, 제약 산업과 의료 정책, 사회적 불안이 결합된 결과로 제시된다. 결과적으로 개인은 자신의 몸을 신뢰하지 못한 채 끊임없이 검진과 치료의 대상이 된다.

또한 이 책은 한국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도 지적한다. 짧은 진료 시간, 과도한 환자 수, 검사 중심의 진료 방식 등은 환자와 의사 간의 관계를 왜곡시키고, ‘치료’보다 ‘처리’에 가까운 의료 환경을 만든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의료는 점점 더 인간의 삶을 돌보는 기능을 잃고, 효율과 수익 중심으로 재편된다.

그렇다고 이 책이 의료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저자는 병원을 ‘현명하게 이용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건강검진을 받기 전에 반드시 고려해야 할 기준, 과잉진단이 쉬운 질환에 대한 이해, 일상 질환을 관리하는 현실적인 방법 등을 통해 독자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한다. 이는 공포를 자극하는 건강 정보와는 다른 방향의 제안이다.

『가짜 환자』는 결국 질문으로 귀결된다. 우리는 왜 이렇게 쉽게 ‘아픈 존재’가 되는가, 그리고 무엇이 우리를 건강하게 만드는가. 이 책은 질병을 치료하는 기술이 아니라, 건강을 이해하는 태도를 다시 세우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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