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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계 대신 ‘항로’를 설계하는 법, 『관제탑 성교육』(고명진, 미다스북스)
디지털 난기류 속 사춘기 자녀를 위한 부모의 역할을 ‘관제탑’으로 재정의한 실전 매뉴얼
출판사 제공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에게 성교육은 늘 난감한 과제였다. 그러나 『관제탑 성교육』은 이 문제를 도덕이나 금지의 언어가 아니라 ‘시스템’의 언어로 전환한다. 이 책이 선택한 비유는 명확하다. 아이는 비행기, 부모는 관제탑이다. 그리고 지금의 환경은 단순한 하늘이 아니라, 알고리즘과 자극이 뒤섞인 난기류의 공역이다.
이 책은 출발점부터 기존의 성교육 담론과 거리를 둔다. “하지 마라”는 훈계 대신 “어떻게 비행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성은 금지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핵심이며, 따라서 교육 역시 회피가 아닌 설계의 문제로 다뤄야 한다는 관점이다.
구성은 ‘이륙–난기류–이상기류–안전 교신–편대 비행–비상 대응–복구’라는 항공 운항 단계에 맞춰 진행된다. 이 구조는 단순한 장치가 아니라, 사춘기의 변화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이해하도록 돕는 프레임이다. 호르몬 변화와 감정의 요동, 음란물과 디지털 자극, 또래 관계에서의 경계 붕괴, 동의와 거절의 문제까지가 하나의 연속된 비행 과정으로 묶인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우정’을 성교육의 핵심 기반으로 제시하는 대목이다. 이 책은 성을 단순히 신체적 접촉이나 위험 관리의 문제로 축소하지 않는다. 오히려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능력, 타인을 존중하고 경계를 설정하는 감각을 중심에 둔다. “친하니까 괜찮다”는 말이 어떻게 위험한 착각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그 경계가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짚는다.
디지털 환경에 대한 분석 역시 이 책의 중요한 축이다. 스마트폰과 알고리즘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아이의 욕망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환경으로 작동한다. ‘도파민 하이재킹’이라는 표현은 과장이 아니다. 반복적 자극이 뇌의 보상 체계를 장악하고, 판단력과 자기조절 능력을 약화시키는 과정을 이 책은 비교적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이때 부모의 역할은 감시자가 아니라, 항로를 수정하고 고도를 조절하는 관제자로 설정된다.
실용적인 측면에서도 이 책은 꽤 체계적이다. 각 장 말미의 체크리스트와 노트는 단순 요약이 아니라, 부모가 실제 상황에서 무엇을 점검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한다. 성교육을 ‘지식 전달’이 아니라 ‘의사결정 시스템 구축’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다.
결국 『관제탑 성교육』이 제시하는 핵심은 하나다. 아이를 보호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은 금지나 통제가 아니라, 스스로 비행할 수 있는 기준과 감각을 길러주는 것이다. 부모는 그 곁에서 항로를 비추는 관제탑으로 남는다. 이 책은 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언어와 구조를 비교적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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