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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 방식이 아닌 ‘자리’를 묻다, 『기도의 자리』 (최원호, 태인문화사)
흔들리는 신앙 속에서 다시 앉아야 할 단 하나의 자리
출판사 제공
기도를 더 잘하는 방법을 찾는 질문은 익숙하다. 더 간절하게, 더 오래, 더 정확하게 말하는 법을 배우려 애쓴다. 그러나 『기도의 자리』는 그 질문 자체를 뒤집는다. 무엇을 말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디에 앉아 있는가를 먼저 묻는다.
이 책은 기도의 기술을 설명하지 않는다. 상담심리학자이자 목회자인 최원호 저자는 기도를 ‘하나님을 설득하는 언어’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 머무르는 ‘자리’로 정의한다. 화려한 표현이나 간절한 호소보다 중요한 것은, 삶의 방향을 내려놓고 그 앞에 앉아 있는 태도라는 것이다.
구성은 31일의 여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루하루는 특별한 실천법을 제시하기보다, 독자를 조용히 ‘머무름’으로 이끈다. 잠잠히 앉아 있는 시간, 말씀을 통해 마음을 비추는 과정, 그리고 반복되는 일상의 자리 속에서 기도가 어떻게 삶으로 스며드는지를 차분하게 따라가게 한다. 기도는 결과를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이라는 메시지가 전체를 관통한다.
특히 ‘응답’에 대한 시선은 이 책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기도는 반드시 응답되지만, 그 응답은 기대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을 짚어내며 독자를 결과 중심의 신앙에서 관계 중심의 신앙으로 이동시킨다. 이 변화는 조용하지만 깊고, 읽는 이의 내면을 오래 붙든다.
심리학적 통찰 역시 인상적이다. 기도가 감정의 분출로만 머물 때 생길 수 있는 한계를 짚어내고, 말씀과 함께 머무는 시간이 어떻게 마음을 정리하고 삶의 방향을 바로 세우는지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덕분에 이 책은 신앙서이면서 동시에 현대인의 불안과 내면을 다루는 치유서로도 읽힌다.
기도를 더 잘하려 애쓰던 시간 대신, 그저 앉아 있어도 괜찮은 자리 하나를 떠올리게 만드는 책이다. 그리고 그 자리를 매일 조금씩 지켜내는 일이 결국 삶을 바꾸는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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