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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서 더 또렷해진 나의 언어, 『한국어 할 줄 아세요?』 (이보현, 오도카니)

모국어를 떠나서야 비로소 발견한 한국어의 온기

한성욱2026년 4월 8일 오후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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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할 줄 아세요.jpg출판사 제공

외국에서 “한국어 할 줄 아세요?”라는 말을 듣는 순간, 그 질문은 단순한 언어 확인을 넘어선다. 그것은 관계의 시작이고, 세계가 열리는 문장이 된다. 『한국어 할 줄 아세요?』는 독일과 미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마주한 그 순간들을 기록한 인문 에세이다.

이 책은 한글학교라는 공간에서 시작된다. 학생들의 배경은 제각각이다. 가족을 위해, 사랑을 위해, 혹은 단순한 호기심으로 한국어를 배우러 온 사람들. 그러나 그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언어를 대하는 태도다.

“제가 한국어로 말할 때 다들 눈에서 빛이 난다는 사실.”

이 장면은 이 책의 핵심을 보여준다. 한국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이 아니라, 감정을 나누고 관계를 만드는 언어로 살아 움직인다.

책은 한국어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마주한 다양한 장면들을 통해 ‘모국어’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한국어가 다른 언어로 쉽게 대체되지 않는 순간들이다.

“엄마 is coming.”
“할머니 made this.”

이처럼 한 단어는 그대로 남는다. 번역되지 않는 감정, 관계, 기억이 그 안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러한 순간들을 통해 언어가 단순한 단어의 집합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한 이 책은 언어를 배우는 일이 곧 ‘타인을 이해하는 일’임을 강조한다.

“타국의 언어를 배우려는 노력은 배려이고 사랑이다.”

이 문장은 이 책이 가진 시선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기술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세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라는 것이다.

저자에게 한국어는 다시 발견한 언어이기도 하다. 모국어 안에서는 당연했던 표현과 감정들이, 낯선 환경에서는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다. 한국어의 미묘한 뉘앙스, 관계를 드러내는 호칭, 맥락에 따라 달라지는 표현들이 하나씩 다시 살아난다.

『한국어 할 줄 아세요?』는 언어를 가르치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언어로 살아가는 이야기다.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 그리고 한국어로 살아온 사람들 모두에게 질문을 건넨다. 우리는 우리의 언어를 얼마나 알고, 얼마나 아끼며 쓰고 있는가.

멀리 떨어진 자리에서야 비로소, 익숙했던 말들이 처음처럼 들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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