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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섬을 예술로 다시 그리다, 『나오시마 예술의 탄생』 (아키모토 유지, 알에이치코리아)

현대미술이 지역과 만나 만들어낸 변화의 기록

한성욱2026년 4월 8일 오후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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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시마 예술의 탄생.jpg출판사 제공

사람이 떠나고 시간이 멈춘 듯한 섬이 있다. 인구는 줄고, 산업은 사라지고, 남아 있는 것은 반복되는 하루뿐인 곳. 일본 세토내해의 작은 섬 나오시마도 한때 그런 공간이었다. 『나오시마 예술의 탄생』은 그 조용한 섬이 어떻게 세계적인 예술의 성지로 바뀌었는지를 한 사람의 시선으로 따라가는 기록이다.

저자 아키모토 유지는 나오시마 프로젝트를 현장에서 이끈 아트 디렉터다. 이 책은 단순한 성공 사례가 아니라, 실패와 갈등, 시행착오가 쌓여 만들어진 15년의 과정이다. 처음부터 화려한 출발은 아니었다. 미술관이 문을 열었지만 관람객은 거의 없었고, 섬은 여전히 고요했다. 그 상황에서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해야 이곳에 사람들이 찾아오게 할 수 있을까.

돌파구는 예상과 다른 곳에서 나왔다. 미술관 안이 아니라, 섬 전체를 전시장으로 삼는 방식이었다. 오래된 민가를 작품으로 바꾸고, 자연과 건축, 예술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낸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 구사마 야요이의 작품, 모네의 그림이 섬의 풍경과 함께 놓이면서 나오시마는 ‘보러 가는 곳’이 아니라 ‘경험하는 장소’로 변하기 시작한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예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책은 예술과 지역, 그리고 사람 사이의 관계를 끊임없이 강조한다. 외부에서 가져온 프로젝트가 아니라, 섬 주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이해와 참여 없이는 어떤 변화도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이 여러 장면을 통해 드러난다. 결국 나오시마다움을 만드는 것은 풍경이나 작품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점이 이 책의 중요한 축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예술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이 책에서 예술은 전시를 위한 대상이 아니라, 삶과 연결되는 방식으로 존재한다. 일상과 비일상이 섞이고, 공간과 시간이 겹쳐지는 지점에서 예술은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그래서 나오시마는 단순한 미술관의 집합이 아니라, 하나의 살아 있는 환경으로 읽힌다.

『나오시마 예술의 탄생』은 결과보다 과정을 보여주는 책이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장소에서 시작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하나의 방향을 만들어가는 이야기. 그 과정에서 예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섬은 그대로인데, 그 위에 놓인 시선이 바뀌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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