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상세
격동의 시대를 가로지른 지성의 기록, 『유대인과 한국인의 만남』 (헬렌 실빙, 와이겔리)
유럽·미국·한국을 잇는 법학자 부부의 삶과 민주주의의 흔적
출판사 제공
나치 시대 유럽에서 시작된 한 지식인의 여정이 한국 현대사와 맞물려 펼쳐진다. 『유대인과 한국인의 만남』은 유대인 여성 법학자 헬렌 실빙의 회고록으로, 20세기 격동 속에서 학문과 자유를 지키려 했던 삶을 담아낸 기록이다. 이 책은 개인의 서사를 넘어 유럽, 미국, 한국을 관통하는 역사와 사유를 하나로 엮는다.
저자는 폴란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빈대학교에서 법학과 정치학을 공부하며 학문적 기반을 다졌다. 그러나 나치 정권의 등장으로 가족과 공동체를 잃고 미국으로 망명해야 했다. 이후 미국에서 형법과 법철학 분야의 학자로 자리 잡았으며, 정의와 인간 존엄에 대한 사유를 평생의 연구로 이어갔다.
이 책에서 중요한 전환점은 하버드 로스쿨에서 한국인 법학자 유기천을 만나면서부터다. 두 사람은 결혼 이후 학문적 동반자로서 비교법 연구와 저술을 함께 수행하며, 서로 다른 문화와 전통을 연결하는 지적 연대를 구축한다.
회고록은 한국 현대사의 긴장된 장면도 생생하게 담아낸다. 서울대 총장을 지낸 유기천이 학문 자유를 지키기 위해 권력과 충돌하며 미국으로 떠나야 했던 과정, 그 과정에서 헬렌 실빙이 해외에서 지원한 기록은 지식인의 책임과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 책은 단순한 개인 회고록을 넘어 묻는다. 학문은 권력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그리고 자유는 어떻게 지켜지는가. 서로 다른 세계를 살아온 두 지식인의 삶이 교차하는 이 기록은 오늘의 독자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서로 다른 언어와 시대를 건너온 삶의 궤적이, 한 권의 책 안에서 다시 이어진다.
관련 기사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