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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특별한 사건도, 극적인 전환도 없다. 그런데도 계속 읽게 된다. 후지노 치야의 소설은 늘 이런 식으로 독자를 붙잡는다. 『또, 단지의 두 사람』은 그 익숙한 힘을 다시 확인시키는 책이다.
이야기는 단지로 돌아온 두 여성, 나쓰코와 노에치의 일상을 따라간다. 둘은 오십 대 싱글이고, 반평생을 같은 공간에서 살아왔다. 가까이 산다는 건 단순한 물리적 거리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갈게”라는 한마디로 서로의 하루에 끼어들 수 있는 관계, 그게 이 소설의 중심이다.
둘의 삶은 느슨하고 반복적이다. 텃밭에서 딸기를 따고, 플리마켓에 나가고, 건강검진 결과에 괜히 마음을 쓰다가도 결국 같이 밥을 먹는다. 계획보다 습관이, 목표보다 하루의 리듬이 더 중요하게 작동한다. 나이가 들어도 대화는 여전히 십 대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더 자연스럽다.
이 소설이 흥미로운 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을 끝까지 밀어붙인다는 점이다. 갈등을 키우지도 않고, 의미를 과장하지도 않는다. 대신 사소한 장면 하나를 붙잡는다. 함께 먹는 밥, 오래된 컵, 사라진 가게. 이런 것들이 쌓이면서 관계의 결이 드러난다.
두 사람의 우정은 설명되지 않는다. 오래 지속된 관계는 보통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대신 반복으로 증명된다. 매일 들르고, 같이 먹고, 별것 아닌 얘기를 나눈다. 그렇게 이어진 시간이 신뢰를 만든다.
작품은 ‘달라지지 않음’을 단점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 안에서 안정과 균형을 찾아낸다. 삶이 꼭 성장이나 변화로만 설명될 필요는 없다는 태도다. 오늘이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아도,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감각이 깔려 있다.
『또, 단지의 두 사람』은 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대신 오래 함께 살아온 사람들이 어떻게 하루를 견디고, 이어가는지를 보여준다. 읽고 나면 남는 건 사건이 아니라 리듬이다. 그리고 그 리듬이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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