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상세

newbooks

클래식, 드라마처럼 읽다 보면 밤이 짧아진다 『한번 시작하면 잠들 수 없는 클래식』 신간 출간 (음플릭스, 빅피시)

위인전이 아니라 인간 드라마로 만나는 음악사

한성욱2026년 2월 27일 오후 12:37
553

한번 시작하면 잠들 수 없는 클래식.jpg출판사 제공

클래식은 왜 이렇게 멀게 느껴질까. 낯선 외국어 제목, 엄숙한 공연장 분위기, 미리 공부해야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부담감. 하지만 이 책은 질문을 바꾼다. “클래식을 넷플릭스처럼 재미있게 즐길 수 없을까?” 『한번 시작하면 잠들 수 없는 클래식』은 그 발칙한 상상에서 출발한 입문서다.

저자 ‘음플릭스’는 오랫동안 음악을 가르쳐온 교사들이자 클래식 스토리텔러다. 이들은 중세부터 근현대까지의 방대한 음악사를 연대기식 설명이 아니라 ‘사람 이야기’로 풀어낸다. 베토벤은 청력을 잃은 채 무대에 섰던 한 인간이고, 하이든은 사후에 머리가 도둑맞는 기묘한 운명을 겪은 인물이며, 생상스는 자신의 명성이 훼손될까 두려워 유쾌한 곡을 서랍에 숨겨두었던 작곡가다. 교과서 속 이름이 아니라, 불안하고 욕망하고 좌절했던 생생한 존재들로 되살아난다.

구성은 시대별 흐름을 따라가되, 각 장은 한 편의 에피소드처럼 읽힌다.
중세·르네상스에서는 ‘도레미’를 만든 귀도 다레초와 교회음악의 기준을 세운 팔레스트리나가 등장하고, 바로크 시대에는 비발디·헨델·바흐가 감정을 흔드는 음악을 완성한다. 고전 시대의 하이든·모차르트·베토벤을 거쳐, 낭만주의에서는 쇼팽·리스트·슈만·브람스의 사랑과 갈등이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후기 낭만과 근현대에 이르면 말러, 차이콥스키, 라흐마니노프, 드뷔시, 쇼스타코비치, 스트라빈스키가 각자의 시대와 충돌하며 음악의 경계를 넓힌다.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음악이 단지 아름다운 선율이 아니라 시대의 압력과 맞서 싸운 기록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폭격 속에서 초연된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청력을 잃고도 무대에 섰던 베토벤의 순간은 음악이 어떻게 인간의 존엄과 연결되는지 생생하게 전한다.

이 책의 장점은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 교과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기분에 따라 낭만주의 장을 먼저 펼쳐도 되고, 활력이 필요한 날에는 바로크 음악을 읽어도 좋다. 각 장에 제시된 추천 곡과 함께 읽으면, 글과 음악이 겹치며 입체적인 경험을 만든다. 어느새 공연장에서 “왜 이 곡이 지금까지 살아남았는지”를 스스로 이해하게 된다.

『한번 시작하면 잠들 수 없는 클래식』은 클래식을 외워야 할 지식이 아니라, 삶의 장면을 비추는 이야기로 바꿔 놓는다. 멀게만 느껴졌던 거장들이 사랑에 흔들리고, 실패에 좌절하고, 시대와 충돌하는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클래식의 문턱은 생각보다 낮아진다.

어디선가 들려오던 멜로디가 갑자기 또렷해지는 경험, 그 시작점이 될 책이다.

관련 기사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6월 10일 오후 3:56
9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6월 10일 오후 3:52
12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6월 10일 오후 3:45
8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