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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두 글자에 불붙은 시대, 『조선 문사의 연애관』 (조선문인회, 지만지한국문학)

‘연애’가 유행어가 되던 순간, 문단은 사랑을 어떻게 정의했나

한성욱2026년 2월 26일 오후 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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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문사의 연애관.jpg출판사 제공

연애는 늘 있었지만, ‘연애’라는 말은 늘 있지 않았다. 근대 초기 조선에서 연애는 서구와 일본을 경유해 들어온 새 관념으로 호출됐고, 그 낯섦은 곧 사회를 흔드는 말의 힘이 됐다. 『조선 문사의 연애관』은 그 격랑 한복판에서 1920년대 조선 문단의 대표 작가들이 ‘연애’라는 미결정의 사물을 붙들고 각자의 언어로 해부한 기록이다. 1926년 설화서관에서 간행된 이 책은 ‘연애 비평서’라는 형식 자체가 생소하던 시절, 문인들이 사랑을 개인 감정이 아닌 사회 담론으로 끌어올린 최초의 집단 발언에 가깝다.

이 선집의 재미는 정답이 없다는 데서 나온다. 어떤 이는 연애를 “자유”라는 단어와 떼어놓을 수 없는 새 시대의 표식으로 보고, 어떤 이는 “범의 꼬리”처럼 놓지도 쥐지도 못하는 고통으로 말한다. 또 어떤 이는 “참된 연애는 도깨비”라고 단정한다. 말은 많은데 본 사람은 드물다는 뜻이다. 이 과감한 비유들만으로도 당시 문인들이 연애를 얼마나 불안정한 경계로 느꼈는지 전해진다. 한편 문답체로 성과 사랑, 절제의 윤리를 둘러싼 논쟁을 펼치는 글도 실려 있어, ‘연애’가 사적인 고백을 넘어 공적 토론의 장으로 이동하던 현장감을 그대로 남긴다.

목차를 따라가면 연애의 스펙트럼이 더 선명해진다. ‘연애는 예술’이라 선언하는 글이 있는가 하면, 연애가 언제 윤리의 문제로 넘어가는지 따져 묻는 글도 있다. ‘연애를 위한 연애’라는 순수주의적 태도와, 계몽의 언어로 사랑을 재단하려는 태도가 한 권 안에서 부딪치며, 그 충돌이 곧 1920년대의 공기처럼 느껴진다. 부록에 실린 글들까지 포함하면, 문단 바깥의 시선과 여성 작가의 문제의식도 함께 읽히며, 연애를 둘러싼 권력과 폭력, 명예 훼손의 문제까지 드러난다. “연애”라는 말을 빌려 누군가를 욕되게 하는 행위가 비연애라는 단호한 규정은, 사랑의 이름으로 벌어지는 폭력을 이미 당대가 목격하고 있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조선 문사의 연애관』은 사랑을 예쁘게 포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랑을 둘러싼 말의 윤리, 사회의 규범, 개인의 욕망이 서로를 찢어놓는 장면을 정면으로 꺼내놓는다. 연애가 아직 합의되지 않았던 시대의 흔들림, 그 흔들림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믿었던 문단의 집단적 집착이 이 책을 지금도 살아 있게 만든다. 사랑을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랑을 둘러싼 질문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보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은 꽤 날카로운 타임캡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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