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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식물처럼 다시 설계하라, 『식물성 도시 피토폴리스』 신간 출간 (스테파노 만쿠소, 김영사)
스테파노 만쿠소, 기후 붕괴 시대 ‘분산형 도시’ 제안
출판사 제공
도시는 오랫동안 인간의 신체를 닮은 구조로 설계돼 왔다. 중심에는 뇌처럼 기능하는 도심이 자리하고, 산업 지구와 주거 지구는 각각 심장과 폐처럼 분리돼 움직였다. 자원을 끌어들이고 폐기물을 배출하는 방식 역시 동물의 대사 구조를 닮았다. 스테파노 만쿠소는 이러한 도시 모델이 기후 위기와 전염병 앞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단했다.
세계적인 식물신경생물학자인 만쿠소는 신간 『식물성 도시 피토폴리스』에서 전혀 다른 모델을 제시했다. 뇌나 심장 같은 단일 기관에 의존하지 않는 식물의 조직에서 해법을 찾았다. 식물은 기능을 온몸에 분산시키는 구조를 갖추고 있어 일부가 훼손돼도 전체가 붕괴하지 않는다. 그는 이 ‘분산형 시스템’이 미래 도시가 갖춰야 할 생존 전략이라고 봤다.
책은 동물형 도시의 한계를 구체적으로 짚었다. 도시는 외부에서 막대한 에너지와 물질을 끌어들인 뒤, 그에 상응하는 폐기물을 배출하는 구조를 반복해 왔다. 만쿠소는 이를 두고 “동물성 조직이라는 기준 하나에만 의지해 건설된 도시는 일부는 사체분해자이고, 일부는 기생하는 괴물, 실패한 실험 결과물”이라고 적었다. 중앙집권적이고 계층적인 구조가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는 분석이다.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식물성 도시(Phytopolis)’다. 그는 “도시 면적의 상당 부분을 식물에 할당해야 한다. 현재 상황과 정반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시 안으로 자연을 끌어들이고, 식물과 동물의 비율을 자연 상태에 가깝게 재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차량 통행 면적을 줄이고 나무를 심는 방식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낮추는 동시에 냉각 효과를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책은 실제 사례도 언급했다. 열섬 현상과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대규모 식재를 진행한 서울의 노력, 도시 지표면을 투수성으로 바꾸려는 유럽 도시들의 정책을 예로 들었다. 분산형 구조와 높은 생물다양성을 갖춘 도시는 기후 변화 속에서 생존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식물성 도시 피토폴리스』는 단순한 녹화 정책을 넘어 도시의 구조 자체를 재설계하자는 제안으로 읽힌다. 만쿠소는 식물에게서 배운 회복탄력성을 도시 계획의 원리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 붕괴의 시대에 도시의 미래를 다시 묻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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