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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은 한 번만 탄생하지 않았다, 『아더 마인즈』 (피터 고프리스미스, 이김)

문어의 몸에서 의식의 기원을 다시 묻다

한성욱2026년 2월 5일 오전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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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더 마인즈.jpg출판사 제공

약 6억 년 전 바닷속에서 생명의 가지가 갈라졌다. 한쪽은 척추동물로 이어져 인간을 낳았고, 다른 한쪽은 무척추동물의 길을 따라 두족류라는 낯선 지성을 만들어냈다. 이김 출판은 과학철학자 피터 고프리스미스의 대표작 『아더 마인즈』 개정판을 펴내며, 인간 중심의 마음 이해를 흔드는 질문을 다시 꺼내 들었다. 김수빈이 옮겼다.

책의 출발점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다. 뇌에만 지능이 갇혀 있다는 믿음부터 흔든다. 문어는 온몸에 퍼진 신경망으로 생각하고, 피부의 색과 질감으로 상태를 바꾸며, 짧은 삶을 고도의 밀도로 통과한다. 저자는 문어를 “지구에서 진화가 만든 지능의 두 번째 실험”이라 부르며, 인간이 아닌 의식이 어떤 형태로 가능한지 추적한다. 바다에서 직접 관찰한 기록을 바탕으로 과학과 철학을 한 문장 안에 결합시키는 방식이 이 책의 힘이다.

무대는 호주 동부 해안의 바닷속 ‘옥토폴리스’다. 저자는 연구실을 벗어나 잠수 장비를 메고 그곳에서 문어와 눈을 맞춘다. 먹이도 아닌 물건을 만지작거리고, 인간이 방심한 순간을 기다려 탈출을 노리며, 낯선 존재와 관계 맺으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장면들은 ‘지능’과 ‘마음’을 행동의 결로 다시 보게 만든다. ‘마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오래된 철학 질문이, 물속의 촉감과 시선, 거리감으로 새롭게 번역되는 지점이다.

7년 만에 나온 개정판은 한국어판 독자를 위한 후기에서 최근 학계의 쟁점인 무척추동물의 고통 감각 연구를 짚고, 문어 서식지의 변화와 근황을 전하며 기후 위기 시대의 생태 감수성까지 확장한다. “가장 가까운 외계인”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결국 인간의 오만을 낮추는 작업이 된다. 낯선 정신을 더듬어 가는 동안, 독자는 자기 안의 익숙한 정신도 덜 확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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